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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요 Mar 01. 2021

부동산4

이 빛 지음




50대 전후로 보이는 어느 전세 손님이었는데 가족들과 거주할 곳을 찾는다면서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네이버 부동산에 올린 홍보를 보고 사무실로 전화를 한 것이다. 전철에서 멀어도 상관없다고 하는 거였다. 

손님과 함께 전철역 5분 거리에 있는,전세대출이 안 되는 상가 주택을 보여주러 갔다. 내부 이곳저곳을 둘러보더니만 다른 매물을 보여 달라고 했다. 전철역 10분 거리에 있는 빌라를 보러 가기로 한다. 준공 검사만 받고 확장 공사를 진행하는 건물이었다. 2020년에 짓는 건물답게 대리석이다. 임대인은 꼭대기 층에 살고 나머지는 세를 준단다. 인근 사무실에 연락해서 이 건물의 전세 매물을 보여주기로 한다. 나 빛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손님과 함께 갔다. 손님이 그 호실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받아서 보여드렸다. 발급비가 1천원. 마음에 든다고 하더니 은행에 연락해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을 알아본다고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기다려달라고 말은 했는데 나 빛한테 어떤 확신을 주진 않았다. 계약금을 건 것도 아니니 이 손님이 점찍은 매물을 다른 손님들한테 보여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말로는 그 매물을 잡고 있겠다고하고 실제로는 다른 손님들한테 계속 소개를 했다. 

손님은 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차근차근 함께 다니면서 한 얘길 떠올렸다. 이 손님은 여기저기 투자를 하도 해 놔서 대출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이때 짐작했어야 했는데. 이 말을 들었다면 그냥 보냈어야 하는 손님이었다. 등본 발급비 1천원이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다. 계약을 체결된 손님한테 해 드리는 서비스 비용이었다. 그 사람은 여러 군데 투자를 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등기부 등본을 여러 번 떼어서 확인한 경험이 많을 것이다. 장사를 한다고 했는데 술수가 능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전세 대출 불가 매물을 보여줄 때 손님의 처세술을 눈치 채지 못한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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