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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요 Mar 01. 2021

압구정 호떡 가판대

이 빛 지음



압구정동 O번 출구에서 5분 거리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가판대가 있다. 이 곳엔 호떡,오뎅,튀김을 판다. 며칠전에 이 곳을 지나다가 허기가 져서 1천원 호떡을 한 개 사 먹었다. 먹으면서 환갑 전후로 되어 보이는 판매원과 이런 저런 얘길 했다. 오뎅 국물을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니 국물통에 오뎅국물은 공짜라고 써 붙여놓은 거 보이지 않냐고 되물으면서 마시라고 하셨다. 국물이 하도 뜨거워서 한참을 식혀야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하늘은 어두컴컴하다. 하긴 해질 무렵이었으니 어두컴컴하지. 가판대 사장님은 이 곳에서 수 십 년간 영업을 해 오신지라 불황에도 단골손님으로 버틸만하다고 자랑하셨다. 부자 동네 압구정동 길거리에 오고가는 사람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나 빛이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 들어가 보니 평일에는 평일이라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식당가는 그렇지 않았다. 움직일 사람들은 움직인단 말이다. 

가판대를 마주보고 있는 부동산 사무실들이 있었다. 가판대 사장님한테 이 부동산에 대해서 물었다. 대표들은 좋은 사람들인지 물어보니 한 곳은 대표가 OO년 이상 그 자리에서 운영 중인데, 지금은 너무 늙어서 아들한테 물려줄려고 아들도 함께 근무중이란다 그 사무실은 원래 대표와 조카가 다른 직원들과 함께 근무했는데, 조카와 직원들은 안쪽이 다른 사무실을 마련해서 내보내고, 자리 터가 너무나 좋은 현재의 사무실을 아들한테 물려주기로 했단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마침 그 아들이란 사람이 사무실 옆에 잠깐 나와 있었으니, 가판대 사장님이 한테 그 사람을 가리키면서, O부동산 대표의 아들이라고 한다. 얘기를 들으면서 왼손에는 오뎅 국물컵을 들고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아들이란 사람을 봤다. 얼굴을 자세히 보진 않았으나 젊은 사람이었다. 금수저... 앞에 ‘OO년’이라고 표현한 건 혹시라도 숫자를 제대로 적는다면 어느 부동산인지 알아 볼 독자분이 있을까 우려되어 이렇게 표기한다. 양해 바란다. 대화를 하다 보니 사장님은 왠지 교회를 다시는 분이 아닐까 싶어서 여쭸더니 맞다면서 나 빛한테 종교를 물어보시는 데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바로 교회 다니라고 하신다. 여러 사람 만나기 위해 다니는 거 말고 진심으로 다니라고 하시더라.. 

빌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땐 빌딩 경비원 아저씨를 대접해 드리고, 대로변의 상점이 궁금할 땐 이런 가판대 사장님한테서 간단한 정보라도 얻을 수 있네. 1천 원 한 장 드리고 그런 얘길 들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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