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는 늘 개선만 하려고 하나요?

'번외편' - 온갖 꼴들을 보고 겪으며 되새긴 이런저런 생각

by 현실직장

직장생활을 적어도 1년 정도라도 한 직장인이라면 의구심이 들고 기운이 빠질 수 있는 것이 매년 회사는 개선, 혁신, 제고, 향상 등을 외치고, 하위 조직은 이에 따라 매년 새로운 것을 생각해야 하고 작은 것이라도 바뀌는 모습을 보이려고 부단히 노력할까 하는 것일 겁니다. 이전 해, 그 이전 해에도 진행한 동일한 업무라 해도 말입니다.


회사는 사업을 영위하는 사회나 법적인 환경 변화나 경쟁사의 움직임, 경쟁제품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경쟁 심화 등으로 자사의 제품과 경영체계 등을 변화해야 함은 당연할 것입니다. 더 발전하려고도 하겠지만, 정체되어서는 지속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도, 자칫하다가는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분야, 또는 변화하는 환경의 영향도가 미미한 분아까지를 통틀어 무조건 매년 새롭게 변해야 함을 강조하고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조업체는 제품의 연구개발 분야 - 성능이나 디자인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서 새로운 제품이나 모델을 출시해야겠지요 - 나, 새롭게 나타나는 고객, 소비자들의 성향과 그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해서 그에 걸맞도록 서비스를 계속 변화시키고 차별화해야 하는 서비스 분야보다는, 회사 내에서 운영하는 운영체계가 주된 대상이 되는 내용입니다.


현재 수준과 환경에 맞는 변화를 요구해야 합니다.


핵심은 개선, 혁신, 제고, 향상 등이 아니라 점검, 모색 등의 용어가 우선되어야 하고 그래야만 이전의 방식과 체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즉 우리가 해왔던 방식이나 체계, 기준 등에 대해 더 나은 방법은 없나를 찾아보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개선을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지금의 운영 방식들이 동종업계, 국내 모든 기업이나 전세계적으로 최상위의 수준일 수도 있는데 - 대표적으로 비교대상들을 아무리 찾아도 더 나은 방식은 없고, 그들이 우리를 벤치마킹하고 따라오는 상황 - 무조건적으로 바꾸는 것을 강요한다면 오히려 잘 되고 있는 부분들에도 인위적으로 변화를 주게 되어 하위 수준으로 낮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잘 되고 있는 부분은 점검을 통해 유지하거나 강화하고, 눈에 훤히 보이는 잘 안된 부분은 다소 강요성이 들어가도라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즉, 잘했고 잘하고 있는 부분은 무조건적으로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도록 독려하고 유도하고, 잘 안 돼있거나 안 되는 부분은 과감히 새로운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모든 것들을 1년에 한 번씩 갈아엎는 식으로 변화하도록 강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잘하고 잘되고 있는 부분까지 인위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면 잘하고 있는 조직이나 구 성원은 자신들의 성과와 노력에 대한 억울함과 자괴감까지 들 수도 있으며, 앞으로 어떤 업무를 맡더라도 좋은 성과를 내고자 몰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이너스적인 요소도 그러하지만 플러스적인 요소인 부분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과에 맞는 보상이 주어져야 그 성과는 지속될 것이고, 회사의 다른 조직이나 구성원들도 그렇게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계속해서 잘하는 것들을 회사의 모범사례로 삼아 계속 칭찬하고 포상해야 할 것이지, 지난번에 포상을 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하고 그보다 못한 것들을 찾아 돌려주기식으로 운영하면 안됩니다.


이러한 변화 요구는 주로 1년에 한번씩 대대적으로 진행되는데, 매년 말 조직과 구성 원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조직을 개편하며 회사의 1년 계획과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 하위조직들은 무엇이라도 이전과 다름을 보여줘야 한다는 공식, 비공식적 압박에 따른 것입니다. 이전에 잘하고 있는 것을 계속해서 잘하겠다 - 더 이상 나아질 수 없을 만큼의 상태, 절대적인 최상위의 수준일 경우 - 라고 하면 흔히들 신선하지 않다, 진부하다, 잘하던 것은 계속 잘하고 새로운 것을 가져와라, 겨울에 눈 내리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식으로 뭉개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매년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것을 찾으면 그 일을 할 사람도 같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아 리소스가 부족하게 되니 잘하고 있던 것을 뜯어고쳐 새롭게 한다 – 기존 리소스로 수생 가능한 범위 내에서 - 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하는 것입니다.


진정 필요한 때에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회사는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는 앞으로의 발생 가능한 위험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하면서, 왜 늘 연말이나 연초에만 변해야 함을 강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적인 변화나 경쟁사들이 움직임은 연중에도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말입니다.

회사는 연말이나 연초에 시끌벅적하게 해서 정한 것은 연중에 잘 되지 않아도 계속 밀어붙이려 합니다. 진행 중에도 상황에 맞게 다시 검토해서 방향과 방법을 수정할 수 있지만, 그 일을 책임지고 있는 조직이나 사람이 연초, 연말에 내세워 설득한 것을 스스로 부정하기도 싫고 부정하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연중에 수정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 구하고,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다음 해가 되어서 회사의 새로운 계획수립 시기에 잘못된 부분을 고치려 합니다.


회사의 늘 새로운 것을 요구함은 1년 단위도 있지만 매일매일이나 주단위로도 일어납니다. 매일매일 일어난 일과 내일의 할 일을 적어내는 일일보고나, 주단위로 유사한 사항들을 적어 보고하는 주간보고가 있습니다. 이때에도 지금 맡아하는 일이 하루나 1주일 만에 마칠 수 있는 것이면 다행이지만 몇 주나 심지어 몇 개월에 걸쳐 진행되어야 하는 일일 경우에도 계속 새로운 말들과 활동을 요구합니다. 이에 따라 직원은 억지로 말을 지어내거나, 새롭게 쓸 말을 위해 순차적으로 체계적,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하고 오로지 그 보고 내용만을 생각해서 우후죽순격으로 일을 하게 되고 결국 정해진 시간 내에 마칠 수 있었던 일이 지연되거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야근이나 다른 동료까지 투입되는 비효율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왜 우리의 상사들은 항상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려 할까요? 답답한 현실이고, 이것이 진정 우리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현실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부디 매번, 무조건적인 개선과 향상을 요구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점검부터 시작해서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을 찾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없다면 이전과 같이 하도록 하고, 부족한 부분의 변경도 그 규모가 작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반대로 부풀리도록 하지 말고 그것들은 그것들 대로 인정하고 치하해야 합니다. 자칫 잘하고 있는 것들까지 건드려 현재의 수준이 퇴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잘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도록 하고, 잘못이 아니라 잘 안되고 있는 부분들을 찾아 리소스를 집중해서 개선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며, 이것이 조직이나 구성원, 크게는 회사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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