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쓱 으쓱 잘잘잘
2008년 고등학교 2학년때 (11학년) 미국 이민 와서 주말마다 한글 학교에서 봉사를 했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글 학교였었는데, 대부분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아니면 어렸을 때 미국에 온 한국계 학생들이었다.
각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은 천차만별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냥 “이 애들이 한국어 하는것 만큼만 나도 영어를 잘 할수 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지금 엄마가 되어서 그 당시를 되돌아보니 그렇게 주말마다 애들을 한글학교 보낼수 있던 때가 좋았지 ...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언제 한글학교가 다시 열릴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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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한국 엄마/주부들을 위한 웹 커뮤니티가 있는데, 아이 키우기 방에 자주 올라오는 주제 중 하나가 아이에게 한국어 가르치기이다.
특히 엄마만 한국계이고 아빠는 아닌 경우 아이가 한국어를 익숙하게 느끼려면 엄마가 독하게 (?) 한국어를 써야 한다는 의견이 자주 보인다.
우리 집에선 영어, 한국어 (나), 스페인어 (남편) 세 가지 언어가 오고 가기 때문에 애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앞으로 나의 역할이 클 것 같다.
세찬이는 벌써 영어를 한국어나 스페인어보다 더 편해 하고, 내가 한국어 문장을 알려주기라도 하면 매번 “No, I can’t say that (in Korean). I can only speak in English”라고 하루에도 몇번이나 그런다 (똥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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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쇼핑 웹사이트) 에서 뽀로로 에듀 동요 장난감을 보고 단번에 세찬이를 위해 사준 적이 있다. 자음, 모음 마다 카드가 하나씩 있고, 카드마다 단어 하나, 관련된 동요 하나 해서 소리가 나는 장난감이다.
“곰” 단어 카드에서는 곰 세마리 동요가 나오는데, 20장이 넘는 카드들 중 세찬이가 그나마 유일하게 배운 노래이다.
한국어로 노래 흥얼 거리는게 기특하고 귀여운데, 그와중에 또 콩글리쉬로 부른다.
“... (도입부는 세찬이 맘대로 생략)
아빠 굼 엄마 굼 애기 굼
아빠 굼은 뚱뚱해
엄마 굼은 뿡뿡해 (?? 어쩌다 한번씩은 제대로 “날씬해” 라고 하긴 한다)
애기 굼은 so 귀여워
으쓱 으쓱 잘잘잘”
이러면서 매번 틀리게 부르는데 아무리 가르쳐줘도 자꾸 틀린 가사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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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이 잘때 세찬이가 매일 밤 요청 하는 자장가 선곡표가 있는데, 세찬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Can you sing me songs?
(1) 자장 자장, and after (2) You are My Sunshine, and after (3) 깊고 깊고, and after (4) Little Star, please?”
불러달라는 노래 4개 중 3개가 한국어 노래다.
“자장 자장” 노래 중에 “꼬꼬닭아 울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 부분에선 항상 내 노래를 끊고 질문 하는데, “꼬꼬닭”이 뭐냐고 묻고 또 “깰라”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아빠 별명이 Coco (스페인어로 읽으면 “꼬꼬”) 인데 왜 아빠가 한국어 노래에서 나오냐며 ...
세찬이가 “깊고 깊고”라고 부르는 노래는 사실 “깊고 깊은 밤 하늘에 누가 누가 잠자나”하고 시작하는 자장가인데, 원래 가사는 그게 아니지만 내가 맨날 틀리게 부르다가 그냥 그렇게 굳어져 버렸다.
스탠딩에그의 “Little Star”도 세찬이가 자장가로 듣기 좋아하는 노래중 하나. 세찬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little sta——r, toni—-ght, 밤새 내가 지켜줄거야”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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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이랑 같이 노래 부르는것도 좋고, 한국어 동요 가르쳐주는것도 재밌다.
박자 감각은 제법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음감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
남편이 음치 끼가 쬐끔 있는데, 세찬이의 음감은 남편을 닮았을까 아님 나를 닮았을까?
세찬이가 좀 더 크면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