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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Dec 13. 2020

첫째 vs 둘째, 아들 vs 딸

임신 중 다른 점, 육아 중 미안한 점

첫째 아들 세찬이는 만 3.5세로 이제 자기 생각 감정 왠만큼 다 표현할줄 아는 어린이다. 자기 스스로도 이제 baby가 아니라 big boy라고 부른다. (동생 세진이 보고는 super baby라고 그런다. “She is so tiny!” 이러면서...)


남편은 형제 둘이 있고 (남편이 둘째), 나는 자매 둘이 있다 (내가 첫째). 세찬이와 세진이에게는 tio (스페인어로 삼촌) 두명, 그리고 이모 두명이 있는 것.

두 tio들 중에서도 남편의 형, tio Luis가 세찬이와 참 잘 놀아준다. 언젠가 둘이 변형된 가위바위보를 아무렇지 않게 하며 노는걸 보고 나 혼자 웃음이 빵 터졌었다.


가위 바위 보 — 보통 영어로 rock scissors paper 하는데, 세찬이가 뜬금없이 “rock scissors DINOSAUR!” 이라고 외친 것이다. 지켜보던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는데 남편의 형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미 둘이서 이 가위 바위 공룡 을 자주 해본 모양이다) 하던 놀이를 계속 이어 갔다. Tio Luis가 주먹을 냈고 세찬이는 공룡(!)을 냈다 (보자기 + 구부러진 손가락). 세찬이는 tio Luis의 주먹을 공룡이 먹는 것 처럼 감싸더니 “I beat you!” 하고 깔깔 웃었다.

언제 이렇게 컸냐... 시간 참 빨리도 간다.


***


세찬이 임신중일 때 나는 약대 2학년생이었다. 태몽은 한국에 있는, 중학교때 단짝이었던 친구가 꿔 주었다. 호랑이 한마리가 자기 팔을 무는 꿈이었다고 그랬다.

임신 기간 내내 입덧도 별로 없고 (아침에 양치질 하다가 헛구역질 두세번 났던 정도? 이 이야기를 들은 같은 반 언니가 아동용 치약을 선물로 사줘서 그 이후엔 헛구역질이 더이상 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제인 언니 고마워) 첫 임신이라 그런지 배도 그렇게 많이 크지 않아 비교적 수월한 임신 케이스라고 부인과 의사가 그랬었다.


임신 초기, 중기는 그럭저럭 지나갔던 것 같다.

임신 초기에는 학교 다니며 필수로 매일 마시던 커피를 못마시게 되어서 저녁 5-6시만 되면 잠이 쏟아져 낮잠을 꼭 자야 했었다 (그러고 밤 늦게 일어나 공부 한두시간 하고).

단 음식이 많이 땡겼었는데, 코스트코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선데를 두 개씩 사먹기도 했었다 (초콜렛 맛 하나, 베리 맛 하나). 그런데 희한하게도 임신 전 그렇게 좋아하던 복숭아(nectarine)를 임신 중에는 물려서 반개 이상을 못 먹었다.

임신 중기 즈음엔 속 쓰림 증상이 시작되어 tums (속쓰림 증상 완화 시켜주는 약 — 처방전 없이 살수 있다) 를 달고 살았었다. 의자를 눕혔다 올렸다 조절 할수 있는 영화관에 간 적이 있었는데, 남들 다 편하게 누워서 영화 보는동안 나는 중간중간 이유 없이 속이 쓰려 몇번 의자를 올렸다 내렸다 했었다.


임신 말기에는 슬슬 몸이 무거워지며 여러 증상들이 있었는데, 내 신장이 눌려서 제 기능을 못해 그런건지 날마다 다리 부종이 정말 심했었다. 오전 10시 11시쯤 되면 다리가 벌써 붓기 시작해 오후가 되면 발목이 땡땡하게 부어 아플 지경이었다. 발까지 퉁퉁 부어서 평소 신던 신발을 못 신을 지경까지 되었고, 사이즈를 한 사이즈 반 이상 올려 신어야 했었다 (평소 사이즈 7.5, 임신중 신발 사이즈 8.5-9). 또 좌골 통증 (sciatic pain)도 정말 심했었다.

그래도 부종과 좌골 통증, 이 두가지만 빼고는 정말 순탄한 임신 기간이었다. (애기가 3.9kg로 태어나고 나서야 의사가 “오잉 애가 컸었네!!” 했지만... 이건 별개의 이야기이므로 생략하겠다. 어쨌든 둘째 임신중에는 이 의사에게 안갔다... ㅋㅋㅋ)


같은 반 친구들이 baby shower를 정말 열심히 준비해줬던 기억이 난다.

2017년 3월 말, 베이비샤워 중


***


첫째 임신도 쉽게 쉽게 넘어간 편이었지만 둘째 임신 기간은 더 쉬웠던 것 같다.

나는 매니지드케어 약사로 일 하고 있었고, 코로나의 여파로 재택 근무를 하게 된 참이었다. 거의 임신 기간 내내 재택 근무를 했다.


태몽은 내가 직접 꾸었는데, 원색의 파란 배경에 크고 빨간 꽃 한 송이, 또 장면이 바뀌어서 진분홍 배경에 하얀 꽃 몇 송이가 있었다.


둘째 임신 초기에는 첫째 임신 때보다 배가 더 빨리 나왔다. 첫째 때는 20주 정도 되어서야 임부복을 입었는데, 둘째 때는 12-13주즈음에 벌써 임산부용 바지를 입어야만 했다 (보통 바지는 안맞아서).

단 아이스크림이 땡겼던 첫째 임신과는 달리 둘째 때는 신 젤리가 자주 땡겼다.

평소에 과일들 많이 먹는 편이지만, 임신 중에는 더 많이 먹었다. 특히 복숭아, 사과, 그리고 방울토마토!!!를 많이 먹었다.

(그래서 세진이가 빨갛게 태어났나... 첫 검진에서 소아과 의사에게 애기 빨간게 혹시 황달 증상의 일부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애기 피부가 빨개서 빨간거라는 대답을 들었다;;;

“Is the baby red because she is red? Or is it because of her jaundice?”

“The baby is red because she is red.”)


중기, 후기도 무난히 지나갔다. 첫째 임신 중 나를 힘들게 했던 부종도, 또 좌골 통증도 없이 둘째 임신 과정은 정말 수월했던 것 같다.


임신 20주 즈음 성별을 알게 되기 전, 엄마가 내 배 모양을 보고 “여자애 배 모양이네” 하셨었는데, 신기하게도 엄마 말씀이 맞았다.

첫째 아들 임신 때는 옆구리 살도 제법 붙고 몸 전체적으로 살이 쪘었는데 (부은건가?) 둘째 딸 임신 때는 정말 배 부분만 무슨 바가지 엎어 놓은 것 처럼 볼록 나오고 다른 신체 부위엔 살이 별로 안 쪘었다.


회사 동료들이 베이비샤워를 해 주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가상 (? virtual) baby shower를 해주었다.

+ 아마존 기프트카드 ($400!) ㅎㅎ


***


둘째를 병원에서 낳고 처음 집으로 돌아온 날, 생후 2일째인 동생을 세찬이는 참 신기해 했다.

세찬이는 조금 작아진 (그래도 배구공 만한 크기의) 내 배를 보며 “엄마!! 세진이가 이제 튀어 나와서 엄마 배가 작아졌어요 (Umma! Valentina popped out of your stomach and that’s why your stomach is smaller now!)” 했다.

동생을 질투하진 않을까 많이 걱정 했는데 그래도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요즘 부쩍 말을 안듣기 시작했다. 내 친구 말로는 그냥 미운 네살이라 (한국나이 네살) 그럴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나의 관심이, 또 다른 가족들의 관심이 동생에게 쏠린 것 같이 느껴져 반발심에 더 말을 안듣나 싶기도 하다.


내가 둘째 낳고 병원에 있는동안 남편이 집에 와 아기용 침대를 만들었는데, 세찬이가 완성된 침대 안에 들어가 자는척을 했다고 한다.

또 친정에 내려가 있는 동안 아기용 간이 침대를 가져갔었는데, 세찬이가 자기가 거기 들어가서 자겠다고 한 적도 있다.

세찬이가 세진이 침대에 들어가있다


주변에 아이 둘 있는 엄마들 얘기 들어보면 둘째 태어날 때 첫째가 소외감 느끼지 않도록 노력 했다고들 그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둘째에게 엄마 손이 더 많이 가는게 현실 .. 세찬이도 엄마 정을 나눠야 해서 알게 모르게 서운할텐데, 그래서 그런 감정을 어설프게나마 표출 하는거 같기도 하다. 요즘 말을 정말 안듣는데, 왠지 그런 모습마저도 괜히 안쓰럽고 미안하다.


새벽 3시 반, 침대에 누워 폰을 잡고 브런치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세찬이는 내 배를 베고 자며 잠꼬대를 한다.

“Yes. Bath tub. But I want to show you someting ... please?”

집에 욕조가 없으니 분명 아기 욕조를 말하는 것이고 ... 요새 아주 사소한 것을 하거나 (“엄마 나 소세지 끝 부분 먹어요~”) 볼 때에도 (유투브 비디오 등) 엄마나 아빠를 꼭 찾으며 “I want to show you something” 입에 달고 사는 세찬이라 이 잠꼬대 마저도 그냥 잠꼬대로 들리지 않는다.


틈 날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주고 그러긴 하지만 ... 그래도 동생 보느라 엄마가 세찬이 원할때마다 같이 못놀아줘서 섭섭하겠지?

아직 세찬이도 어린 나이인데 동생 예뻐해주고 동생 낮잠 잘때 모빌 자장가도 틀어주고 그래서 고마워. 엄마는 세찬이랑 세진이 둘다 많이 사랑해 ... 내일도 우리 모두 화이팅 해보자! 잘 자 세찬아 세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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