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쑥쑥 마음도 무럭무럭 열심히 자라는 중
9개월 때부터도 이 아기는 12개월 용 옷도 잘 안 맞기 시작했었다. 9개월 검진 갔었을 때 키가 벌써 30인치 (76-77cm) 였었다. 10개월이 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요즘, 이제는 대놓고 18개월짜리 옷을 입는다.
낮 동안은 반팔 원지 (우주복) + 긴 바지 + 양말을 입고 있고, 저녁에 내가 로테이션 끝나고 돌아오면 7-8시쯤 잘 옷으로 갈아입혀주는데, 보통 긴 팔 원지를 입힌다. 날씨가 추우면 아기용 가디건이나 지퍼 달린 후드티를 덧입혀주기도 한다.
아기 양말 벗길 때 로션으로 꼭 발과 발가락 사이사이 마사지를 해준다. 발에 땀이 많아서 그런지 양말에서 나온 때(?)가 꼭 끼어있기 때문이다. 내 허벅지 위에 아기를 앉혀놓고 로션으로 발 마사지를 해주면 아기도 기분이 좋은지 가만히 앉아있는다.
지난 주말이었나? 거버를 먹이다가 아기에게도 빈 숟가락 하나를 쥐어줘 봤다. 내가 음식 안 주는 타이밍에 자기가 자기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길래, 그 순간에 거버를 조금 올려 줘 봤더니 그대로 자기 입으로 가져가 먹었다. 아기 생에 처음으로 숟가락질을 하는 순간이었다. 조금 치트키를 쓴 것 같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 나는 괜히 감격해서 혼자 울컥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동생이 선물로 탱글 티저 (tangle teezer) 빗을 선물해줬었는데, 하고 많은 색깔 옵션들 중 하필 (?) 금색 번쩍번쩍한 걸 줬더랬다. 그런데 이 빗이 동글동글 해서 아기가 손에 쥐고 놀기가 딱 좋은데, 어느 날 아침 아기가 가지고 놀다가 침대 저 밑으로 들어가 도저히 한 번에 꺼낼 수가 없는 거리에 있었다. 지난 주말 마음먹고 그 빗을 다시 꺼내보기로 하고, 내 침대 옆 아기 침대를 일단 살짝 밀어내고, 침대 밑 신발 상자들을 옮기고, 책장에서 가장 크고 얇은 책 하나를 꺼내 침대 바닥을 스윽 스윽 훑어봤다.
운이 좋게도 빗이 딱 걸려 나왔다. 아기 침대 위에 앉아있던 아기에게 그 빗을 줘 봤더니, 자기가 잘 갖고 놀던 것을 기억하는지 날 보며 방글방글 웃었다. 그런데!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냥 손으로 갖고 놀기만 하던 빗이었는데! 언제 보고서 기억하는 건지 이 아기가 빗을 자기 머리로 가져가 빗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우와 내가 천재를 낳았나 봐 ㅠ.ㅠ
생후 3-4주 차 정도부터 나름 수면 패턴 잘 잡히고 가끔씩 통잠도 자는 아기였다. 저녁 8-9시쯤 잠들고, 아침 6:30-7:30쯤 일어나고. 배고프면 4시쯤 일어나 우유 먹고 다시 7:30까지 쭉 자기도 하는 아기였지만 ... 이번 주 들어 어중간하게 중간에 일어나 엄마의 다음날(들)을 피곤하게 만들곤 했다. 어떤 날은 새벽 1시에 일어나 앙~ 울다가 엄마 품에서 다시 잠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새벽 2시 반쯤 일어나 혼자 뭐라뭐라 하면서 결국 엄마를 깨우더니 새벽 3시 반 정도까지 말똥말똥 깨어있기도 했다. 오늘 아침에는 어중간하게 새벽 5시쯤 일어나 우유 먹고 나서도 다시 잠에 들지 않았다.
그러고서 아침에 로테이션 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보행기에 탄 아기가 막 내 쪽으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차마 나서지 못하고 다시 문 닫고 아기 쪽으로 돌아서서 아기가 내쪽으로 오는 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보고 있었다 (나가긴 해야 하는데 차마 아기가 보는 앞에서 등을 못 돌리겠어서). 주방에 계시던 시어머니가 아기 보행기를 잡고 질질 (?) 주방 쪽으로 끌고 가신 후에야 아기에게 조금은 덜 미안한 마음으로 현관문을 나설 수 있었다.
오늘 로테이션 조금 늦게 끝나고 집에 와 보니 시어머니랑 아기가 플레이팬 (거실에 있는 아기 울타리 놀이터) 안에서 놀고 있었다. 내가 온 뒤로 아기 보는 바통은 나에게 넘겨졌고, 일이 늦게 끝나서 출출한 겸 아기 간식도 먹일 겸 해서 아기용 쌀과자와 내가 먹을 그래놀라 바 하나씩을 들고 플레이 팬으로 들어갔다. 배가 고파서 내 그래놀라 바는 허겁지겁 다 먹어치우고, 아기 과자를 손으로 쪼개서 주고 있었다.
요즘 또 자기 손바닥 반 만하게 과자를 잘라주면 4개 난 앞니들로 그걸 또 야무지게 잘 베어 먹곤 한다. 오늘도 다른 날들처럼 한 입 베어 물더니, 손에 쥐고 있는 과자를 내 입 쪽으로 내밀었다. "어? 엄마 주는 거야? 고마워!" 하고서 작게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다시 자기 쪽으로 가져가서 한입 "앙!" 먹고 또 내 쪽으로 내민다.
그 작은 과자 먹으면서 엄마랑 나눠먹겠다고 그러는 아기가 너무 기특했다.
밤이 되어서 아기 재우려고 방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형광등을 끄고, 야간 조명을 켜는 것이다. 형광등의 하얀 불빛은 아기가 잠들기에 너무 세서 노란색 빛이 나는 곰돌이 모양 조명을 켜주곤 한다. 아기는 이 불빛 속에서 엄마에게 안긴 채 자기 책장에서 책을 골라 보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나에게 안겨 왔다 갔다 하는 중, 아기가 여느 때 처럼 책장 쪽을 가리키며 가자고 소리를 냈다. 책장 앞에서 책을 고르나 싶더니 책들 앞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선 딱 집어 들었다. 아침에 아기가 먹으려고 (?) 해서 한쪽으로 숨겨놓은 남편의 헤드폰이었다. 그걸 집어 들고서는 날 딱 보며 웃는데, 아 이 아기 벌써 알건 다 아는구나 하는 느낌이 팍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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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글티저 사진 출처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