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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May 19. 2018

두 번째 로테이션 끝!

조용히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서 글을 (일부러) 많이 안올렸다

작년 11월,약대 3학년 1학기 때.

하고싶은 로테이션 지망들을 써서 낼 때 이 로테이션을 상위권에 랭크 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1) 정말 자세히 배워보고 싶은 주제였기 때문이고 (성과연구 Outcomes Research), (2) 1학년때 약대에 흥미를 잃고 심적 방황을 하던 나에게 다시 힘차게 학교 다닐 이유를 주셨던, Dr. A 교수님이 지도하시는 로테이션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약대의 교육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대학원" 레벨의 약대이고 (이말인즉, 대학교 졸업증 없이 약대에 지원을 할 수 없다. 다른 약대들은 대학교 졸업증 없이 지원/입학이 가능하기도 하다.) 4년제 과정이다. 우리 학교 약대 과정을 3년 안에 끝내는 방법도 있긴 한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약사 공부를 마치고 온 외국인 유학생들의 경우이다. 이 경우, 약대 2학년때부터 시작해서 3년간 공부 하고 졸업을 한다. 졸업할 때 학위는 4년 다닌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Pharm.D.를 받는다.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는 미국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인데, 우리 학교의 프로그램은 10여년 전 한국의 대학교(서울대?)하고 처음 제휴를 맺어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는 등, 나름 한국하고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1학년때에는 약대 공부에 필요한 배경 지식을 배우고 (그래서 꼭 약사 교수님들이 아니라도 약학 등을 연구 하시는 Ph.D. 교수님들이 수업을 많이 이끄신다) 2학년때부터 3학년 1학기까지 본격적으로 "약대" 공부를 한다. 많은 학생들이 1학년때의 커리큘럼보다 2학년 이상의 커리큘럼을 선호하는데, 1학년때는 이것저것 "기타등등"의 과목들을 배우는 데에 반해 2학년 이상으로 가면서 정말 약사로서 일 하며 꼭 필요한 과목들을 배우기 때문이다. (또 2학년 이상으로 가면서 스케쥴이 더 규칙적이기도 하다. 1학년때는 아침 8시에 시작해서 끝나는 시간이 3시, 4시, 5시, 등 제각각인데, 그래도 2학년때부터는 8시부터 시작해서 3시에 끝나는 등 규칙적으로 스케쥴이 잡히기 때문이다.)
1학년때 "기타등등"의 과목을 배우는 동안 나도 '나는 누구이며 여긴 어디인가' 잡생각 참 많이 했었다. 약대를 선택한 것이 정말 잘 한 일이었나 회의감도 자주 들었었다. 대학교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뭘 배울때 달달달 외우는것보다 그저 이해 하는 정도로만 공부 해 가면 충분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전공은 화학이었고, 고등학교때부터 좋아라 했던 과목이라 더 익숙했고 생각하는 방식이 나도 모르게 몸에 배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약대에 와보니 그 전처럼 공부하는 방식히 전혀 먹히지 않았던것이다 [!]. 약 이름부터 시작해서 부작용, 상담할때 중요하게 강조해야 하는 부분 등 처음부터 끝까지 달달 외워야 하는 것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다른 사람들은 나름 열심히 재밌게 잘 배워가고 있었다는 것. 약국에서 일한 경험이 많은 친구들이 특히 잘 했다. 그들과 대조적으로 나는 매일 집에 오는 길에 다른 도시에 살고계신 엄마한테 전화 해서 "엄마 나 약대 괜히 왔나봐" 투정 부리기 일쑤였다.


1학년 2학기, Dr. A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바이오스탯 biostatistics 과목을 배울 차례가 왔다. 약학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과목이 아닌 이런 과목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과목인데, 나는 이 과목이 정말 좋았다. 교수님도 좋았고, 교수님의 예쁜 파워포인트도 좋았고 (한국에서 약사로 일하실 때 마케팅 관련 일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정말 예쁘게 잘 만드신다), 또 배우는 내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내가 익숙한 공부 방법대로 "외우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그런 과목이었다. 학교 전체적인 커리큘럼에서는 크게 강조 하지 않는 과목이지만 (다른 과목들은 6-10주 정도 배우는데 이 과목은 2-3주 배우고 끝이었다), 그래도 진짜 신나게 잘 배운 과목이었었다.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이 과목을 배우며 그래도 내가 약사 학위를 따고나서 (굳이 약국 약사나 병원 약사가 되지 않더라도) 뭔가 내가 좋아하는 분야로 나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약대 오길 그래도 잘 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시간이 흘러흘러 3학년이 된 지금, 두번째 로테이션에서 Dr. A 교수님과 같이 6주간 시간을 보내며 성과연구, 매니지드케어 등 1학년때부터 정말 배워보고 싶었던 분야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게 되었다.

특히나 값진 경험은 4월 한달 동안 약사님들과 약대 학생들을 위한 학회conference에 두번이나 다녀올 수 있었다는 것인데, 그중 하나는 또 매니지드케어에 관한 학회였었다. 메사추세츠 주에서 열린 이 학회에 Dr. A 교수님께서도 참석 하셨는데, 교수님의 포스터가 이번 학회에 제출 된 100개 이상의 포스터들 중 단 몇개에만 주는 금메달을 받았다. Dr. A 교수님께서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 하시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눈 앞에서 그 결과를 본 것은 처음이라 다시한번 교수님이 대단하신 분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이번 로테이션에서 나는 또 새로운 모험(?)을 하나 시작 했는데, 올해 7월부터 내년 4월까지 10개월에 걸쳐 리서치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 로테이션의 Dr. A 교수님과 지난번 로테이션의 약사님 두분께 함께 지도를 받으며 구상하기 시작 한 프로젝트인데, 일을 조금 더 크게 벌려보고자 리서치 그랜트 신청을 해보려고 한다. 올해 8월 즈음 결과가 나오는데, 리서치 그랜트 선발이 되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리서치 프로젝트의 규모가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자세한 얘기는 다른 포스트에서 쓸수도 있고 안쓸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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