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군 Mar 10. 2018

열심히 일했지만 괜히 뭔가 허무해

로테이션1, 일곱 번째 날 (02-27-2018)

잠자러 가기 전 짧은 일기를 쓰려고 한다.


화요일. 약사 프리셉터가 다른 도시로 출근을 하시는 날이다. 나랑 같이 로테이션을 하는 다른 코 인턴 (co-intern)이 있는데, 이 친구도 오늘 약사님 따라 다른 도시로 출근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오늘은 나만 원래 다니는 회사로 왔다.


약사님 없는 동안에도 뭔가 열심히 일 해놓고 싶어서 오늘 괜히 이것저것 신나고 포부 있게 일을 시작하고, 결과물도 메일로 보내고 피드백도 받고 그랬는데, 그러고 나서도 뭔가 괜히 허무하다. 프로젝트 시작하는 모양새를 보고 바로 옆에서 조언해줄 프리셉터가 없어서 일까?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지만 우리 둘 다 모르니까 같이 배워가면 돼 라고 해줄 코 인턴이 없어서 일까? 오전 내내, 그리고 오후에도 뭔가 나 혼자서 열심히 하긴 했는데, 막상 오후 세시 반 스카이프에서 셋이 다 같이 만나 얘기를 하는 중에 괜히 나 혼자 힘이 다 빠져버렸다.


집에 왔는데 내내 오늘이 월요일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가 (저녁에 오늘 거 약을 먹는데 "화요일" 칸인걸 보고 어제 내가 내가 두 알 먹었나? 한참 고민했다) 아 오늘이 화요일 맞구나 문득 깨닫고 내가 얼마나 얼이 빠져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왜인지 모르겠다. 그냥 피곤한가?


내일은 오늘보다 더 긴 하루가 될 텐데. 9시에 출근해서 9시에 집에 들어올 텐데. 들어올 때면 아기는 벌써 자고 있을 시간일 텐데.

뭔가 열심히 하고 싶다가도, 한다는 생각만으로 진이 다 빠지는 그런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약대 3학년생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