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잘 맞는 남편과 산다는 것

일요일 아침에 나눈 따끈따끈한 대화들

by 장군

#1. Spoiler alert: No change!


어젯밤에 친정 엄마가 카톡으로 오늘 엘에이에 놀러가자고 그러셨다.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바람쐬러 나갈건데, 나랑 남편 그리고 아기도 시간 되면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장소는 엘에이에 있는 한 박물관이었는데, 나랑 남편이 남자친구/여자친구 였던 시절 우리 둘이 데이트 하러 한번 가봤던 곳이었다.


갑작스런 초대에 남편과 나는 지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갈까말까 고민을 했다. 아기 짐 바리바리 싸들고 나갈준비 할 생각에 귀찮기도 했고 또 당장 급한 일은 아니지만 할일들도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또 아기가 오늘따라 일찍 일어나는바람에 남편과 나는 아침잠을 조금 설쳐 피곤하기도 했었다.


계속 졸리다고 투정대는 나에게 남편이 커피를 끓여다 줬다. 기계로 내려서 우유(half and half)랑 설탕 (가짜 설탕 splenda) 조금 섞어서 타 준 것이지만 울 남편은 내가 딱 좋아하는 그 황금 비율을 잘 안다(!).


커피 마시고 잠도 깼겠다, 내가 남편에게 제안했다

“우리 오늘 그냥 엄마랑 같이 갈까? 우리가 사귈때 갔다온 이후로 처음 가보는거잖아! 뭔가 새로운 느낌일 것 같기도 하고...!”

돌아온 남편의 대답은 “그래 그러자. 근데 스포일러 하나 알려줄까?”

“응?”

“오늘 가서 봐도 6년전이랑 비교했을때 변한건 하나도 없을거라는 것!”

“뭐야 ㅋㅋ”


무려 2012년 9월의 사진들이다




#2. Why not?


결국 엄마랑 동생 따라서 같이 나들이 나가기로 결정한 뒤, 나가기 전에 아기 목욕시키고 옷 갈아입히고 나갈 채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남편이 먼저 아기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와있던 상태였고 나는 뒤따라 올라왔는데, 아기가 못보던 모자를 하나 쓰고 있었다. 지난 달 아기의 첫 생일파티때 친구가 선물해준 모자인데 아기가 직접 쓴걸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아기 모자쓴 모습이 귀여워서 남편한테 “우와 왜 애기가 이 모자를 쓰고있어! 귀엽네!” 라고 말했다.

(“Why is the baby wearing this hat! He looks so cute!”)

물론 내가 질문을 하는건 아니었지만, 남편의 대답에 나혼자 빵 터졌다.


“The real question is, why not?”

(여기서 진짜 질문은 말이지, 안될 거 뭐있어?)




#3. 2:1 vs. 3:1


정오가 되기 전 엄마랑 동생이 우리집으로 왔다. 우리 식구 셋이랑 엄마, 동생까지 다섯이 차 한대로 운전 해서 박물관에 가기 위해서였다. 동생이 한국 과자를 몇 봉지 가지고 와서 가는 길에 먹게 되었다.

남편이 운전을 하고 있느라 내가 과자를 한두개씩 집어서 먹여 줬는데, 워낙 둘다 먹는것 좋아하는 성격이라 먹을때 같이 행복해하고 살찐거 같이 서글퍼 하는 뚱보들의 모임 fatty club 회원들이다.

(남편, 나, 남편의 동생 이렇게 셋이서 각각 fatty club 회장 겸 물주, 부회장, 정회원 이다 ㅋㅋㅋ)


과자를 먹고 있는데 난 한번 뜯은 과자는 빛의 속도로 먹어 치워버리는 성격이라, 남편 입 속에 과자 하나 넣어주고, 내 입으로 과자 하나 넣고 를 쉴새 없이 반복 하고 있었다. 조금 지나친 박진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최소 내가 과자 두번 먹을때마다 남편에게 한번은 줘야 하지 않겠는가 싶어서 그렇게 하고 있는데 운전 열심히 하던 남편 눈이 똥그래졌다. 내가 너무 빨리 과자를 준다는 신호였다.


그래서 나는 머릿속에 있던 내 생각을 남편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내가 두번 먹을때 한번씩 준건데, 알겠어 그럼 이제부턴 세번 먹고 한번 줄게!”

남편은 그것도 넘 빠르다는 눈치를 보내왔다.


근데 뭐 어쩌나~ 하도 빨리 먹어버려서 남편이 자기 의견을 표출 하기도 전에 과자는 다 없어져버렸다. 나눠먹는것이 좋은 것이여! Sharing is caring :)


(근데 동생이 뒷좌석에서 잠든 사이 동생 무릎에 있던 과자 봉지 슬쩍 가져와서 남편이랑 나랑 둘이 또 다 먹어버린건 안비밀. ㅋㅋ)




#4. No worries, I will eat it later. Or... Now!


쉴새 없이 과자를 먹이고 먹는 동안 명색이 fatty club 부회장인 내가 부끄럽게도 실수를 저질렀으니!

남편의 좌석 밑으로 과자 하나가 떨어져버린 것이었다.

보이는 데에 떨어졌다면 내가 주울 수도 있었으나, 운전중인 남편의 발 근처로 떨어진 과자는 내가 볼수 있는 범위에 있지 않았다.

남편도 나의 실수를 알아채곤 다정히(?) 말했다.

“걱정 말어~ 이따가 주워 먹을게!” 하고서 밑을 슬쩍 보더니 남편이 이어서 하는 말. “아님... 지금 먹어도 되고!” 하고서 잽싸게 과자를 집어먹어버렸다. 역시 fatty club 회장님다워. 짱!




#5. She is a cannibal.


동생이 배고프다고 해서 우리집에서 떠나기 직전, 먹다 남은 고구마 반쪽을 줬었다.

동생은 차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구마를 금새 다 먹었다. 그걸 본 남편은 동생이 식인종이라고 그랬다.


뭔소린가 했더니, 옛날 언젠가 동생 별명이 감자라고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남편은 그걸 이용해서 농담 한 거였다. 감자가 고구마를 먹으면 비슷한 종을 먹은거니 cannibalism 인 셈..... ㅋㅋㅋ


써놓고 보니 안웃긴가?

근데 난 내 남편 개그 코드가 참 좋다 ㅋㅋㅋ

이 사람이랑 평생 같이 살수 있다는게 참 좋다


그리고 오늘의 우리 (6/3/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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