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으니라.
임신 전과 후, 또 아기가 태어나고 난 뒤를 비교해봤을때 달라진 건 너무나도 많다.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을 깊게 자던 내가, 이제 아기가 뒤척이는 소리에도 금방 깰 정도로 잠귀가 밝아졌고 (특히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되었을 때엔 아기침대에서 잠을 자고있는 아기 숨소리를 모니터링 하느라 밤마다 선잠을 자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하는 말이지만 진짜 "엄마의 마음"을 비로소 1인칭 시점에서 나날이 조금 더 깊게 이해해 가고 있으며,
아이를 안고 (들고) 다니느라 팔뚝엔 근육이 뽈록 붙었고 (팔 부분이 칠부 길이인 정장 셔츠를 입었는데 알통부분만 꽉 낀 것이 정녕 실화인것?!!),
나름 매끈하고 군살 없던 나의 배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임신 선이 남아있고, 뱃가죽 표면도 조금 쭈글쭈글 해졌다 (이건 운동 해야만 다시 탄탄하게 만들수 있다는데. 내 삶에 운동을 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이 오긴 오려나?).
또 배꼽 모양도 변했다. 원래는 그냥 보통 배꼽 모양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웃긴 배꼽 모양이 되었다.
이 모든걸 포함해서, 한동안 제일 슬펐던 건 -- 모유수유 쬐끔 했다고 그 사이에 가슴 모양이 많이 변해버렸다는 것 이었다.
뭐, 따지고 보면 가슴 모양과 크기는 임신 중에도 자꾸 바뀌었었다.
임신 전 브래지어 사이즈는 34B 였다. 임신 중기 즈음 되자 브래지어 치수를 한단계 높여서 입어야 했다 (36B). 임신 후기에는 컵 사이즈도 높여야 했다 (36C).
애기 낳고 나서 배는 다시 홀쭉(+쭈글)해졌지만, 아기 태어나고 2-3개월정도 모유 수유 하는동안 D컵까지도 입어봤었다 (34D/36D). 특히 아기 낳은 지 한달도 안되어서 유선 감염 mastitis 으로 고생한 1주일간은 극심한 통증은 둘째 치고 무지막지하게 커져버린(?) 가슴이 너무나도 낯설었었다.
그런데 이 한여름밤의 꿈(???)도 잠시. (내 생에 언제 또 "농구공"만한 가슴을 가져보나? 하지만 유선염을 또 앓기는 정말 생각 하는것만으로도 싫다!)
아기 낳고 2-3개월 뒤 로테이션 하랴, 또 개학하고서 학교 다니느랴 모유 수유를 더이상 할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고, 단유를 하고서 안에 돌던 모유가 더이상 갈 곳이 없게 되자 가슴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느적(?)하게 바뀌어버렸다.
바뀌어 버린 나의 겉모습에 왠지 속알맹이 마음 마저도 자신감을 잃은 것 같았다.
제일 속상할 때는 전에 꼭 맞던 브래지어를 해도 이제 남의 브래지어를 한 것 마냥 어정쩡한 빈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은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고있는 것 같았다.
내 인생에 성형수술은 없을 줄 알았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편에게 "나 애기 한두명 더 낳고 나서 가슴 수술 할까?" 하고 말할 정도였다. 남편은 "너가 하고싶으면 해!"라고 했다. 근데 가슴 수술 하면 진짜 아프다던데.
지난 5월 어머니의 날, 첫 어머니의 날 축하한다며 시어머니께서 예쁜 브래지어를 선물로 주셨다. 사이즈는 34B였다.
임신하고 애기 낳은 뒤 36D, 34D 를 거쳐 그 이후로 쭉 36C 사이즈 브래지어를 입어왔던터라 브래지어 선물은 참 감사하지만, 당연히 사이즈 교횐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 나면 바꾸러 가겠노라고 한쪽에 잘 치워두었다.
어느 날 로테이션 끝나고 집에 오는데, 하루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또 운전해서 오고있는 차 안이 더웠던지라 브래지어에 땀이 차고 가뜩이나 쳐진 가슴이 두배는 더 쳐진 것 처럼 느껴지는 날이었다.
집에 오는 길 운전하던 차 안에서, 잊고 있었던 속상함이 갑자기 다시 몰려오면서 아기 낳은건 좋은데 가슴 잃은건 (?) 참 슬프다고 생각했었다.
다음 날, 나갈 준비를 하면서 어제 풀어놓고 잔 브래지어를 다시 주워 입으려다가, 에라 모르겠다 시어머니가 새로 사주신 브래지어를 집어들었다. 입어보았다. 딱 맞았다.
빈 공간이 없었다. 심지어 가슴이 전혀 쳐져보이지 않았다. 쳐지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헉.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가슴 사이즈가 완전히 임신 전 사이즈인 34B로 돌아왔던거구나.
내 사이즈도 아닌 36C를 입어오면서, 나는 그동안 내것이 아닌 가슴을 내 것이라 생각하며 이유 없이 슬퍼했던거구나.
없어졌다고 슬퍼할 필요가 없었구나. 원래부터 내것이 아니었으니.
뭔가 가슴 수술 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아 기뻤다. 아픈 수술 안해도 된다니!
가슴은 똑같은 가슴인데, 브래지어 사이즈를 제대로 알고 입는게 정말 중요하구나 새삼 깨달았다.
아니 그건 그렇고 왜 나는 임신 전 원래 사이즈였던 34B를 진작부터 입어볼 생각조차 안했던걸까?
+ 제목 부분의 사진은 구글 검색에서 퍼왔다
+ 이번 일기를 육아일기랑 일상일기 카데고리 중 어디에 넣어야 하나 고민 하다가 그냥 일상 카데고리에 넣었다. 아무래도 아기한테 "이게 내가 널 키우면서 했던 생각이야"하고 보여줄 내용은 아닌것 같아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