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대소동

약국에서 일하는 엄마에게도 아기 약먹이는 것은 넘나 힘든 것

by 장군

(일주일 전부터 써왔던 글이지만 시간이 없어 (?) 발행을 못하다가 이제서야 올리는 이야기)


아기가 요 몇 일간 열이 나고 아팠다. 아직 말도 잘 못하는 아기인지라 그저 밤에 깨서 울기만 하는 아기를 어르고 달래느라 엄마인 나도, 아빠인 남편도, 또 할머니인 시어머니도 아기가 더 아프지 않길 바라며 가슴 졸인 며칠간 이었다.


이가 새로 나려는건지 (이가 총 8개 보이는데 아홉번째 이가 한참동안 안나오고 있다) 이번 주중 내내 아기가 잠을 좀 깊게 못 든다 싶었었는데, 결국 목요일 오전 느즈막히부터 열이 나서 시어머니께서 “파라세타몰” 약을 먹이셨다고 했다. 올해 초 가족들이 멕시코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마침 아기 이가 새로 나는 시기였어서 미열이 조금 있었다. 그래서 멕시코에 있는 동네 약국에 가서 체온계랑 해열제를 샀었고, 비상시에 먹이려 비행하는 동안 약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약이 지금까지 집에 있는 것이다.

(미국/한국에서 타이레놀 Tylenol로 잘 알려진 “아세타미노펜 (acetaminophen)”은 멕시코에서 템프라 Tempra 로 불리는데 그 주 성분이 또 다른 이름인 paracetamol 로 불리운다. 하지만 얘들은 다 같은 약들.)




금요일 아침, 약국에 일 나가기 전에 시어머니랑 잠깐 얘기를 했는데 오늘 아기를 데리고 소아과을 가보시겠다고 그랬다. 남편은 진작 일을 나간 상태였지맘 남편이 일찍 오면 같이 가보신다고 말씀 하셨다.


약국에 출근 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을 하고 점심시간인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폰을 만졌다. 소아과에서 전화가 두차례 와있었다. 보통 용건을 간단히 음성 메세지로 남기곤 하는데 이번엔 아무 메세지도 없었다. 그래서 전화를 해봤다. 소아과에서 하는 말은,

“아기 할머니가 아기를 데리고 아침에 오셨거든요. 할머니가 아기 진찰 하는 데에 아빠나 엄마 없이 오는게 괜찮은지 물어보려고 전화 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전화를 안 받아서 아빠한테 전화 했고, 아빠 승낙을 받은 뒤에 아기 진찰을 했어요. 지금은 아기랑 할머니 다 집에 가셨어요.”

역시 미국이다. (아 한국도 이러나? 한국에서 엄마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엄마나 아빠가 서문으로 “할머니가 아기를 데리고 진찰 보러 오는 것에 동의 합니다” 라고 써서 보냈어야 하는거라고 한다. 둘다 그러지 않아서 소아과에서 확인차 전화 했던 것.


여차저차 약국 일과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다.

아기는 타이레놀과 아이부프로펜 물약 두 가지를 처방 받아 왔다. (물론 약은 동네 약국에서 따로 픽업)

해열제로 잘 쓰이는 두 약이지만, 과다 복용시 타이레놀은 간 수치를 높일 수 있고 아이부프로펜은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어 특히 아기들에게 쓰일때 소아과 의사들이 두개를 번갈아 가며 먹도록 처방 하는 것이 흔하다.

(두 약이 어른들에게 통증 완화제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때에도 두 약을 번갈아 먹게 하는 방법이 흔히 쓰인다. 그런데 미국에선 타이레놀만 쓰는게 아니라 코데인-타이레놀이 같이 들어간 narcotics를 정말 흔하게 쓴다 ... 어떤 약사님께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을 처음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미국에선 narcotics 약을 만드는 제약회사들이 로비를 너무 많이 해서 그쪽 손을

들어줄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아이부프로펜 약을 보니 꼭 흔들어서 먹여야하는 suspension 이었다. (suspension이 한국말로 현탁액 인가? 방금 구글 해봤는데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혹시나 싶어서 남편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흔들지 않고 먹였다고 한다. ㅠㅠㅋㅋ 엄마가 약대 다니면서 약국 로테이션 하느라 바빠 막상 본인 아기는 약을 제대로 먹여주지도 못하고 있는 웃기고도 슬픈 일이 일어난것이다. (게다가 로테이션은 돈도 안줘!!)




주말 내내 열이 오를까 전전긍긍 했는데 다행히 약 덕분인지 아기 열은 더이상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아기가 약을 잘 안먹으려 한다는 것. 물약을 먹일때에는 쓰라고 약국에서 (바늘 없는) 주사기 파트를 줬었는데, 주사기 모양 때문에 그런지 약을 먹이려고만 하면 고개를 휙 휙 돌리면서 거부하는 것이었다.


토요일 저녁에 약을 먹이려 하다가 혹시 계량 컵에다 주면 먹으려나 싶어서 한번 줘봤더니 스스로 잘 먹는 것이었다!


가족들 모두가 아기가 약 먹을때마다 버티고 안먹다가 결국 억지로 먹고서 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찾은 나는 기쁜 마음에 (또 나름 자랑스러운 마음에) 일요일 저녁 시간, 온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는동안 가족들에게 새로 찾은 방법 이야기를 해줬다.


마침 아기에게 약을 먹일 시간이었고 그래서 새로운 “계량컵” 방법으로 약을 먹이려 했으나...


아기는 그 새 “계량컵 = 약” 공식을 배운건지 또 안먹는다고 거부하기 시작했다. ㅋㅋㅋ

혹시나 어른들이 먹는 시늉을 하면 아기가 약을 잘 먹을까 생각 했는데, 다른 가족들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저녁상에선 난데없이 계량컵 돌리기가 시작되었다 ㅋㅋㅋ


아기 옆에서 약을 먹이려던 나부터 시작, 컵을 들고 약을 먹는 시늉을 하고선 옆에 있던 남편에게 컵을 주고,

남편도 먹는 시늉을 하고선 시어머니께,

시어머니도 시늉을 하시곤 시아버지께,

시아버지도 동참 하시고선 옆에 있는 남편의 동생에게,

남편의 동생도 아기가 보는 앞에서 약을 들이키는 척 하고나서 옆에 앉아있던 남편의 형에게,

남편의 형도 약을 마시는 척 하면서 다시 옆에 있는 나에게 계량컵을 줬다.


모든 가족이 보는 앞에서 이제 아기가 약을 잘 먹겠지 하는 우리의 기대도 잠시—아기는 자기 앞에 다시 온 계량컵을 보더니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결국 아기가 울어도 약을 먹이려면 주사기를 쓰는 게 낫겠다 싶어 결국 계량컵에 담겨있던 약은 주사기에 넣어졌고, 순식간에 자기 입에 들어온 약에 잠깐 놀랐던 아기는 왠일인지 울지는 않고 약을 꿀꺽 잘 삼켰다는 이야기.




월요일 화요일 아기는 열은 없었지만, 열이 내린 뒤 열꽃이 배와 등, 그리고 목 주변에도 조금 나서 소아과에 다시 한번 다녀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같이 갔다왔다.

열이 올랐다가 내리고 난 뒤 열꽃이 피는건 흔한 일이라고 그랬다. 다시 열이 오르거나 열꽃이 며칠간 사라지지 않으면 다시 소아과로 데려가야한다고 그랬다. 다행히 수요일즈음 되자 몸에 있던 열꽃 자국들도 다 없어졌고 아기 열 걱정도 더이상 안해도 되었다.



+ 제목 부분 타이레놀 사진 출처는 여기

+ 타이레놀 주사기 이미지 출처는 여기

+ 계량컵에 담긴 약 이미지 출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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