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내가 보기에 아기는 우리 친정 아빠를 많이 닮았는데
게으른 엄마가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 포스팅을 많이 미루는 동안, 아기는 하루하루 쑥쑥 자라 이제 제법 많이 무거워졌다. 친정 엄마가 날 보며 어쩌다 한번씩 "진짜 너두 여기 있는 '미국 엄마'들 같다. 한 팔로 그렇게 무거운 애를 번쩍번쩍 들어서 안고 다니는 것 봐? 안무거워?" 얘기 하시곤 했는데.
몇주 전에만 해도 아기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진 않아서,아기 몸무게 느는거랑 내 팔근육 느는게 비슷한가보다 생각 했었는데, 요즘들어 아기를 조금만 오래 안고 있어도 금세 팔이 저려오는 것이 아기가 정말 무거워지긴 했나보다. 시어머니도 아기가 매일매일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고 그렇게 말씀 하신다.
이제 제법 자기 의사 표현도 좋아하는거 싫어하는거 분명하게 할줄 알고, 자기 사진이랑 비디오 보면서 깔깔깔 웃기도, 어른들이 마시는 탄산음료를 자기도 달라고 돌고래소리를 삑삑삑 내기도, 유투브 비디오 보면서 광고를 스킵 하기도, 좋아하는 비디오를 어설픈 손가락 터치로 겨우겨우 골라서 보기도 한다.
가족 사업 일이 끝난 후 긴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친할아버지와 아빠를 마중 나가며 양팔을 힘껏 흔들어 반가움을 표시할 땐, 그들의 하루치의 고단함이 싹 가시리라. 그런데 아기가 좋아라 하는게 할아버지랑 아빠를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또 할아버지 큰 밴을 "운전 할" 기회가 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알쏭달쏭 하다. (시아버지께서 아기를 시동 꺼진 밴 운전석에 앉혀 놓는걸 좋아 하신다. 아기가 너무 신나게 핸들을 잡고 좋아라 해서 그거 보는걸 좋아라 하신다.)
음식점 가서도 아기들용 하이체어에 앉혀 놓으면, 발 받침 부분을 디디고 일어나 밥상에 있는 포크나 음식을 잡으려고 그렇게 노력 한다. 오히려 엄마나 아빠 무릎에 앉혀놓으면 얌전하기도 한 아기. 뭔가 아기로서 받는 특별 대우가 싫다고 조금씩 시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섯번 째 로테이션이 끝난 후, 이번 여섯번째 블록은 방학 블록으로 신청을 해뒀다. 다른 학생들이 6주간 로테이션 하는 동안 나는 로테이션이나 학교에 가야할 의무 없이, 공부를 하던 여행을 하던 6주를 내 맘대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기 엄마인 나는 아기를 본다. 며느리의 6주 방학동안은 시어머니 당신의 6주 방학이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 하시며, 시어머니도 내가 로테이션 한답시고 나가있는 하루종일 아기를 오롯이 혼자 보시던 의무감에서 조금 벗어나 계신다.
남편도 간만에 일이 없는 평일이었다. 남편에게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그랬다. 로테이션 시작하기 전, 학교 근처 15-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한국 순두부집에 자주 가곤 했었는데 이 날 따라 그 순두부집 음식이 그리웠었다. 순두부집이라지만 고기랑 면류 등 왠만한 메뉴는 다 있는 식당이다.
이 순두부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도 맛 있기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한국인 친구들은 물론 한국인이 아닌 친구들까지 뭔가 든든한 한끼를 제대로 먹고싶은 날 너도나도 가서 먹는, 그런 식당이다. 혼자 가서 먹어도 맛있고, 여러명이 그룹으로 가서 먹으면 더 맛있는 그런 식당.
한국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클럽 멤버들과 같이 종종 나와 먹기도 하고, 또 클럽 회장 역할이 끝나갈때 즈음 내 전에 회장이었던 언니와, 내 다음에 회장이 될 언니 이렇게 셋이 만나서 밥을 먹기도 한 식당이다.
임신 한 몸으로 학교 다닐 때에도 한국 음식이 먹고싶으면 1순위로 찾는 식당이 바로 이 식당이었다. 서빙 하시는 언니/이모들은 모두 한국분이신데, 그 중 나를 비롯한 모든 손님들에게 유난히 친절하게 잘 해주시던 언니가 한분 있었다. 잘 돌아가는 식당 장사에 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쁜 언니였지만, 그 와중에 나에게 임신한 몸으로 학교 다니느라 수고 한다며 격려의 말을 해 주시기도 했었다.
아무튼 이 순두부집에 남편과 아기를 데리고 처음 가게 되었다.
매운 쟁반 냉면 하나, 불고기 하나를 시켜서 남편과 나눠먹기로 했다.
남편은 한국 음식을 잘 먹는다. 특히 반찬으로 나오는 양념 된 어묵과 오이김치를 참 좋아한다. (시부모님께서도 한국 식당에 가시면 반찬들이 맛있다고 하시며 잘 드시는데, 제일 좋아하시는 반찬들은 잡채와 감자샐러드 이다.)
식성이 까다롭지 않은 남편은 사실 나보다 젓가락질도 더 잘한다. 언제부터, 왜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젓가락질을 편법으로 하는데, 남편은 교과서에서 나온 것 처럼 정석으로 젓가락질을 예쁘게 잘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친했던 베트남 친구가 알려준 덕이라고 그랬다.
임신 했을 때 냉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집 근처 아무 한국 식당에 가서 남편에게 냉면을 처음 소개시켜준 날이 있었다. 나는 물냉(면), 남편은 비(빔)냉(면)을 먹었는데, 이날 이후로 남편은 비냉의 팬이 되었다.
이날도 한국 음식점에 가자고 하니 냉면이 땡긴다고 했던 남편이었다. 이 순두부집이 이런저런 다양한 메뉴를 파는게 다행이었다. 나도 면 종류는 정말 좋아라 하기 때문에 매운 냉면 하나, 고기 하나 하면 남편과 둘이 나눠먹기에 딱 좋았다. 또 아기를 데리고 가는 마당에 뜨거운 순두부를 시켜 먹기엔 마음이 조금 불안했던 이유도 있었다. (아기가 뜨겁게 달궈진 순두부 솥을 손으로 만지거나 쳐내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처음 음식을 시킬 땐 처음 보는 서버 언니/이모가 도와주셨는데, 밥을 다 먹고 난 즈음에 예전에 나에게 친절하게 잘 해주신 그 서버 언니가 우리 테이블 근처에 왔다갔다 하셨다. 우리가 밥 먹는동안에는 언니는 따로 말을 걸거나 하지 않다가, 우리가 밥을 다 먹고 아기가 돌아다니고 싶어할때 즈음 언니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고, 아기가 진짜 예쁘네. 진짜 예뻐요" 하고 언니는 서있는 아기 앞에 쭈그려 앉았다.
돌아다니기 시작한 아기 뒤를 쫓아가던 나도 대답했다. "자기 아빠 얼굴이죠. 예쁘죠?"
"아니 아빠보단 엄마를 더 닮은 것 같은데요??" 뭔가 오묘한, 기분 좋은 감정이 마음에서 돋아났다. ㅋㅋ
학교에 갈 의무 없는, 로테이션 (방학) 기간 와중에도 학교 근처까지 운전하고 찾아가서 이 식당 음식을 먹는 이유는, 어쩌면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도 이렇게 립서비스 적절하게 잘 해주는 서버언니 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일이면 10년만에 한국에 나간다. 남편과 아기를 한국에 계신 친척분들께 처음 보여드리는, 뜻깊은 방문이 될 예정이다. 한국 나가기 1주일 전에 굳이 한국 음식점 가서 먹는게 조금 이상한가 싶다가도, 한국인이 한국 음식 먹고싶은거에 과연 과함이 있겠는가 하며 스스로 합리화 했다.
한국에 나가는 주 목적은 친척분들께 인사 드리기 이지만, 또 다른 중요한 미션은 한국 음식 많이 먹기 이다. 남편과 나는 한국 갈 생각에, 또 한국 음식 많ㅎㅎㅎ이 먹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아기에게도 이번 한국 방문이 제 나름대로 엄마가 나고 자란 곳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자그마하게 바래본다.
제목 부분에 있는 사진은 여기에서 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