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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 Sep 08. 2015

"마흔" 여자는 아프다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이번 가을엔 낙엽 좀 밟아 볼까? 가을여자 해볼까? ' 집 앞 공원을 지나고 있었다. 마침 비가 내렸다. 큰비가 아니라 맞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집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고 앞치마를 둘렀다. 늘 그랬듯 냉장고를 열어 찬거리를 펼쳤다.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번호를 지웠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이번엔 카톡을 열었다. '나 지금 외로워'라고 글을 썼다. 그런데 지금 나는 딱히 외롭지 않았다. 톡의 문장을 지웠다. 그럼, '누구라도 만나 수다나 떨까? 콧물 눈물로 범벅인데? 지인에게 걱정되진 않을까? 에이! 아니다.'  마음속에서 '아니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아이와 함께 밥을 먹으려고 저녁을 준비했다. 쌀을 씻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물소리와 함께 '꺼이 꺼이', 고기를 볶는 소리에 맞추어 '훌쩍 훌쩍' 밥상을 차리고 있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오늘 기숙사로 가버린 아들의 자리도 서러움의 핑계였나 보다. '엉엉' 대면서 울자 "엄마 무슨 일이야?" 아들이 물었다. 더 눈물이 났다. "아들 열심히 공부해!" 이 말이 아닌데 왜 이 말이 튀어나오는지..


딸아이도 나와서 "엄마 왜 그래?" 놀라서 묻었다. 한참 울음을 참자 전화기 넘어 듣고 있던 아들이 "엄~마, 그래, 울어. 그리고 나 보고 싶으면 전화해"라며 울음에 웃음을 더해 말을 전한다. "아니야. 네가 보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아들은  의아해하고 딸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녁상 앞에서 밥을 잘 먹는 딸 아이를 보니 또 눈물이 났다. 빨래를 널다가도 눈물이 나고 가방을 정리하다가도 눈물이 났다. 눈물을  멈추고 싶었다.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밤새 뒤척이긴 했지만 상쾌했다. '상쾌하지?'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오늘 입을 옷을 골랐다. 어제 많이 울어서인지 배가 쏘옥 들어갔다. '음~' 기분 좋은 추임새.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다. 화장을 하려고 거울 앞에 앉았다. "어머나! 내 눈!" 눈이 개구리처럼 퉁퉁 부었다.                                                         


 김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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