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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 Sep 08. 2015

급기야 집문서를 꺼내 보였다

아들이 가출했다. 엄밀히 말하면 가출이 아니고 내쫓아 버렸다. 지금은 고1이 된 아들 녀석 이야기다. 


중1 사춘기가 막 시작되는 어느 겨울이었다. 깊은 밤,  녀석과 옥신각신 말다툼 끝에 내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그 전엔 싹싹 빌던 녀석이 이날은 진짜로 '휑' 나가버렸다. 녀석이 나가자마자 불안이 엄습해 왔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여기저기 찾아다녀도 보이질 않았다. 미친 짓을 했다며 자책하고 있을 때 옆동에 사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승현이랑 무슨 일 있었냐" 물으며 자기 집에서 이불 펴고 자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어이도 없고 다행이다 싶었다. '다시는 나가라는 소리 말아야지' 다짐을 했다. 그 시간 남편이 바로 아이를 데리고 왔다. 


대화가 필요했다. 아이랑 이야기 끝에 녀석은 이제 안 나간다고 다짐했다. 몇 분 사이에 엄청 마음 고생을 했나 보다. 춥고, 갈 데도 없고, 집 나가면 개고생인 걸 알았으니 다시는 나가기 싫겠지. 속으로 웃음이 났다. 

그런데 이 녀석이 이제 엄마 보고 나가란다. 참나! “이집은 내 집인데 왜 내가 나가?", "아빠 집이니 나도 못 나가”, "엄마 집이 거등?”, "증거를 대봐?", 이런 썩을.....


급기야 집문서를 꺼내 보여주고 말았다. “봤지?? 정ㆍ 희ㆍ 영” 이겼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엄마 집에 얹혀 있으니 잘하라고 했다.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여운 녀석.


정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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