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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화이트 Jul 04. 2024

온전한 나로 살기

<삼킨 말들에 대한 위로> 에필로그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51세, 주부, 독서, 전시회, 커피, 안경, 생머리, 동그란 얼굴…

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나 저의 병명이지만, 진짜 저입니다.


20대 중반, 그때의 전 안정적이고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일상의 작은 틈일 거라고 생각했던 손가락 통증은 삶에 수많은 균열을 만들었고 서서히 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변화와 도전보다는 머물거나 돌아가게 했고, 남들과 달라지는 삶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숨기고 피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건강한 사람인 척 살아가야 행복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진짜 내 모습보다는 남들에게 보이는 내가 중요했었던 거겠죠. 묻어두고 닫아버린 마음이 변해가고 아파하는 몸을 외면하게 했습니다. 병드는 마음과 변하는 몸이 참을 수 없다고 아우성대는 소리를 듣고서야 알아차렸습니다.


"나의 진짜 모습은 뭐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왜 난치병 환자인걸 인정하지 못하는 거지?"

"아프다고 말해!"


일기를 쓰고, 에세이를 쓰며 입으로 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 남겼습니다. 엉성하고 어색한 문장이었지만 글자 하나에 꾹꾹 눌러 묻어두었던 말을 담았고, 글이 쌓이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도전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환경을 피했던 제가 브런치 작가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글을 쓰며 생긴 자신감 때문이었습니다.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아픔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는 편안함, 이런 감정들이 저는 변화시켰습니다. 


브런치 작가에 당선되고 매주 글을 쓰고 연재하는 과정은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처음 써보는 글이고 잘 쓴 글이 아님에도 응원의 메시지와 하트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했습니다. 구독자가 늘지 않아도, 하트가 적어도, 댓글이 없어도 마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 같았습니다. 통증으로 힘들 때 먹는 약처럼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날은 통증이 한 방에 사라지는 약을 먹은 듯 행복했습니다.


글이 주는 치유의 마법. 이 브런치 북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더욱 선명히 알려줬고 저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변한 손이 부끄럽지 않고 아픈 나를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결국 온전한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됐습니다.


브런치 북 <삼킨 말들에 대한 위로>의 글에 응원 보내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온전한 저의 모습으로, 온전한 저의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새로운 브런치북에도 따뜻한 응원과 하트 부탁드립니다. 

빠른 시일 내에, 열정 가득 담은 마음으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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