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5)

특별한 아이

by 향긋

세상의 주인공인줄 알았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넌 크게 될 아이라고, 성공할 거라고,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매일 들으며 살았다. 별 거 아닌 일에도 칭찬을 수없이 받았고 대단한 일이라며 엄마는 늘 나를 치켜세워 주셨다.


그래서 정말로 나는 내가 세상의 주인공인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태어나 내 삶을 위하여 기꺼이 조연을 맡은 배역들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은 내가 전부 이룰 수 있으며 내 선택에 의하여 모든 것들이 꾸려질 거라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노력 없이도 말이다. 그 모든 것들은 우연을 가장하여 내게 놓일 것이라고 믿었다.

다만 내가 강렬하게 원하는 것은 없었고 항상 그것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직업이었다.


22살, 처음으로 내가 목표하여 노력하고 이루고 싶은 직업이 생겼다. 승무원이었다. 필리핀으로 취업한 남자친구를 고려하여 선택한 직업이었다. 그래서 승무원 학원을 등록하고 나름 꾸준히 학원을 다녔다. 재밌진 않았다. 물론 재밌는 수업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필리핀 항공 승무원 취업 공고가 났다. 그리고 당연히 떨어졌다. 당연히 떨어졌다는 말은 으레 해야만 했던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기에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영어 실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외항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토론은 고사하고 간단한 서비스조차 영어로 응대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웃기지만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었음을.

동시에 깨달았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인생의 주인공임을.


고등학생 때 내가 했던 말이 있다. 인구 60억 명을 두고 세상엔 살아있는 60억의 영화가 있다고. 명언 만들기에 몰두해 있던 시절이었다. 엇비슷한 말을 어딘가에서 주워듣고는 그럴싸하게 만들어 내뱉었거나 똑같은 말을 흘려듣고는 들었다는 기억은 지운채 문장만 남겼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때의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것과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말을 진정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대화를 나누고 다른 이의 삶을 간접경험한 지금,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소중히, 가치 있게 여기게 된다.

아마 이것은 엄마의 칭찬 속에서 자란 깊게 뿌리 박힌 나의 자존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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