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6)

끌어당김

by 향긋

20년 4월, 요가 강사를 막 시작했을 때 아쉬탕가로 유명한 요가원으로 수련을 갔었다. 그보다 약 1년 전, 경기권에 있다가 서울로 들어오며 주차할 곳도 없고 대중교통이 워낙 잘되어있어 언니에게 내가 끌던 차를 줬었다. 그래서 열심히 버스를 타고 처음 가보는 동네의 요가원으로 향했다. 약 1시간 정도 소요가 되었는데 진짜 머다란 생각과 동시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동네의 기운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반정도 고양시에서 살았던 것까지 포함하여 서울에 올라온 지 벌써 6,7년이었다. 이곳저곳 이사는 많이 다녔지만 워낙 지리에 둔하여 어떤 동네인지 잘 몰랐다. 동네의 기운에 반해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싶다는 생각으로 부동산 어플에 들어가서야 비싼 동네인 것을 알았다.


그 이후 3년이 흘렀다. 21년 4월에 요가원을 인수했고 8월에 요가원 근처로 이사를 왔다. 그 사이 금리가 워낙 높아져 집에만 월 100만 원 이상이 들어갔다. 그래서 23년 6월에 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3년 동안 내가 반했던 동네로 가고 싶다고 했지만 너무 비싸서 이번에도 다른 쪽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부동산 위치로 막 찾던 중에 적당한 금액의 집이 있길래 클릭했는데 알고 보니 그 동네가 내가 그렇게 노래노래를 불렀던 곳이었다! 난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했고 다음날 오전에 집을 보자마자 나는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집을 보시더니 이 동네에, 이 집이 정말 이 금액이 맞냐고 당시 임차인에게 재차 확인했다. 당시 할머님께서 살고 계셨는데 하시던 말씀이 원래 반전세라 월세 10만 원도 있었는데 내기가 힘들어서 그것도 깎았다고 하셨다. 임대인이 지방에 살고 계시는데 큰 욕심이 없으신 것 같다고 후에 부동산 사장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다만 문제는 역시나 돈이었다. 내가 당시 살고 있던 집 보증금엔 내 돈이 10% 들어가 있었는데 전세대출을 변경하면서 보증금의 20%가 필요했으며 전세금액도 조금 더 높았기 때문에 2배 이상의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선 신용대출을 알아볼까 했다. 그런데 집을 보고 난 다음날 저녁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원래 차가 8월에 나온 다했는데 빨리 나왔대. 너 차 팔아." 내가 언니에게 4년 전에 줬던 차를 되가져가라는 것이었다. 4년 사이, 언니는 결혼을 했고 출산을 했다. 아이가 있으니 큰 차가 필요하다며 큰 차를 계약하고는 1년 넘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차가 나왔다니. 결론적으로 나는 전세 계약 전 날 차 대금을 받아 계약금으로 냈고 당시 살고 있던 집을 빼면서 받은 돈에 내 현금 100만 원만 더 보태어 잔금을 치렀다.


그리고 이사 전, 다녔던 요가원이 생각나 검색해 보니 내 집에서 고작 50m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이 모든 일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말이 된다. 내 현실이니까.



추가로 하나 더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나는 요가원을 오픈할 당시 내 통장엔 고작 30만 원이 있었다. (뭐? 근데 요가원을 어떻게 오픈했어?라고 궁금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 요가원을 오픈하기 1개월 전쯤에도 내 통장은 그날의 날씨만큼이나 쌀쌀했다.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느 날 언니와 함께 백화점에 잠시 들렀었다. 평소 나는 패션에 관심도 없고 특히나 명품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어떤 가방이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여태껏 살면서 나를 이렇게나 사로잡는 물건은 없었다. 그리고는 언니에게 저 가방이 너무 예쁘지 않냐며 동의를 구했고 사지는 않더라도 잠깐만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나와 참 잘 어울렸다. 금액은 70만 원이 조금 넘었다. 고가의 명품은 아니더라도 그때의 나에겐 사치품이 확실했다. 언니는 내게 돈을 보태줄 테니 사고 싶으면 사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정말 빈털터리가 될 것이었으므로 언니에게 괜찮다고 했다. 그러고 1개월 조금 뒤에 요가원을 오픈했고 오픈한 4월, 나는 그 가방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 오로지 내 돈으로, 일시불로 말이다.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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