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마음을 빗질하러 떠나요
세 가지에 반하다
범어사에서
by
오순미
Jan 13. 2023
아래로
범어사에 가신 적 있나요?
C컬 바람이 경쾌한 겨울 날 말예요.
산사에 바람이 지나가면 물결처럼 출렁이는 풍판 사이로 풍경이 운율을 띄웁니다.
어떤 시선도
돌아보게 하고
어떤 고막도 피해가지 못하는
산사의 시퀀스, 범어사 풍경 소리는 시린 가슴에 등을 켭니다.
좌절감과 눈물
아쉬움과 후회
안간힘과
한숨처럼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상의 꼬임이
있다면
풍경 소리에 실어 멀리 보내라고 귀띔도 합니다.
범어사 풍경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 추위를 견디는 날 말예요.
종루 옆
낮은
돌담과 돌담 사이 범어사 계단 길에
가신 적 있나요?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데 이름에 걸맞은 길이지요. 늘어선 오색등이
허공
속에 나부끼니
한지 바른 창호에서 북소리 나듯 통도로동 맑은 소리가
봄을
예감하네요.
한 걸음씩 뗄 때마다 혼자만의 오해가 풀릴 것 같아 천천히 내려가고 싶은 길이에요.
탈색되어 지루한 시간을 물들이고 싶다면
중간쯤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아도 좋겠어요.
납작해진 마음에 변화를 원할 땐 느린 걸음으로 올라가겠어요.
엉킨 마음이 가지런하게 배열될 것 같아서죠.
범어사 <한국의 아름다운 길> 계단
융합의 본보기
'팔상전·독성전·나한전'이 합체한 범어사 건축물을 보신 적 있나요?
금정산자락이 온통 갈빛으로 물든 날 말예요.
겹처마와
맞배지붕으로 든든한
옛 건물,
가운데
독성전의 아치문이 개선문처럼 돋보입니다.
매화
꽃살문에 들인 정성은
어떻구요
. 여느 절집에선 보기 드문 문양으로 곱게 말을 걸어오네요. 산사에서 마주한 독특한
호기심입니다.
이 곳에 서면
각이 생겨 상대를 찌르는 마음, 미움에 중독되어 독하게 변하는 마음, 아플 걸 알면서도 거르지 않고 내뱉는 치명적인 말투가
몽글몽
글 매끄러워져
마음을
덮어주는 꽃이 될 것 같아요.
범어사 <팔상, 독성, 나한전> 건물
keyword
범어사
시퀀스
마음
57
댓글
15
댓글
15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오순미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기억이 하얘지기 전에 낚아 기록하려 합니다. 사소한 일상이지만 잘 짜인 테피스트리로 엮어내고 싶습니다. 느린 노정이 될 거예요.
구독자
274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 종주국이 오스만 제국이라고?
카파도키아 열기구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