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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Mar 08. 2023

'찐 갓생'이 필요해

별일 없이 살아볼라꼬예

독창적인 노랫말과 특이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장기하와 얼굴들’‘별일 없이 산다’는 노래가 들어간 빵집에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듣는 노래라 끝까지 듣고 갈 요량으로 느적느적 빵을 골랐다.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이하생략)
                                    

<별일 없이 산다>  장기하와 얼굴들


https://youtu.be/VhywfkUoppQ

별일 없이 산다 ㅣ 장기하와 얼굴들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을 때 '별일 없이 산다' 하면 달가워하지 않는단다. '죽지 못해 산다'는 신세 한탄걱정하척하며 내심으로 안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노래를 만들었단다. 다른 의 불행을 들으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얄궂은 심리를 파괴하싶어서.


우리의 일상은 예상치 못한 '별일'과 맞서며 살아갈 때가 다반사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다가 더 이상 밀려날 곳 없어 “나 요즘 정말 힘들어”라고 위로를 바란 하소연이 상대의 마음에 안심의 대상밖에 되지 않는다면 그 비애의 무게를 무엇으로 견딜 수 있단 말인가. 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엔 살아갈 만한 이유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는 사람, 미처 나오지 못한 노인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다 희생된 故이수현 씨 등은 연민이라는 감정으로 자기애를 조절하여 다른 사람의 '별일'을 방치하지 않은 사례다. 최근 튀르키예 지진 사태를 함께 겪고자 구호물자를 보태는 전 세계 시민들의 마음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문명의 발달에 따라 이성의 힘은 강해지 연민의 감정은 약해졌다지만 인류가 그나마 존속할 수 있는  타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반사적으로 나서는 연민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장 자크 루소가 말했다. '별일'을 당하사람에게 공감을 느끼며 다가가사람이 있으니 아직은 온유하다고 안도하란다.


'별일'누구에게나 정해진 분량이 같아서 고르게 분배된다고 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다. 여러 형태로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에서 얻어낸 것에 불과하지만 이 말이 고통받는 사람을 위로하기 위한 겉치레의 말은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웃었다 울었다를 반복하며 살아냈고 주변인들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 말은 '별일'쿨하게 번역할 정도의 달관이 생겼을 때 인정할 수 있는 말이다. 살면서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이니 괜찮다고 하기에 시련은 참 독살스러운 이기 때문이다. 시련을 겪으며 성장한다고들 하지만 "시련은 사람을 녹슬게 한다(알쓸인잡)"는 김영하 작가의 말이 귀청에  또박또박 박히는 건 '별일'이 표독스럽다는 증거와 다. 


시련을 겪고 나면 그 힘겨움을 쉽게 지 못한다. 그렇기에 '' 없는 삶 속에서도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고난미리 걱정할 때가 다. 초월의 경지에 들어섰더라도 또다시 마주할 고난을 삶의 과정 중 일부일 뿐이라고 가벼이 여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시련끝은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설핏 스쳐가는 불안이 두려운 건 아마도 내치지 못한 찌꺼기가 부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딪히며 견디며 무작정 열심히 는 ‘갓생’도 중요하지만 내 호흡대로 나다운 삶을 가꾸며 ‘찐 갓생’으로 것도 '별일'을 기죽일 아이템일 수 있다. '찐 갓생’이 무산되지 않도록 실링왁스 스탬프로 꾸욱 눌러 찍어놓고 호흡부터 조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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