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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Apr 12. 2023

나만 아는 나

이상한가요?

각도조절책상 하나 사기를 꼬박 3일을 검색했어요. 족히 몇백 개는 둘러본 것 같네요. 그래야 성에 차는 물건을 찾을 수 있거든요. 일단 가성비 충족은 기본이고 각도 및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며 간편한 이동, 좁은 공간에서도 활용 가능한 일인용, 색상, 디자인, 성능 등이 양질의 제품이어야 하므로 리뷰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았죠. 한 마디로 싸고 좋은 걸 찾으려니 눈알이 튀겨진 것처럼 뜨거워지고 이마에 굵은 핏대가 올라와 두통의 조짐이 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검색에 매달렸어요. 샤워기 하날 구입하려 해도 마찬가지로 검색요.


응답형 인공지능이 나왔으니 스스로를 피곤하게 닦달 심리가 뭔지 지 좀 물어봐야겠어요. 더불어 제가 원하책상을 단번찾아 생성해 주면 더할 나위 없겠고요. 눈알에도 고생 끝, 낙이 오게 말입니다. 스타트업 사장님은 반도체 설계에 접목하겠다, 의료 업계에서는 의료 스마트화에 적용하겠다 법석인 마당에 꼴랑 책상 검색에 시대의 키워드 GPT를 활용하겠다니 설마 하찮은 질문이라고 거부하진 않겠죠?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전 줄거리가 누설되면 민감한 사람들은 "장난해?"라며 투덜대잖아. 작품 리뷰 머리에 '스포일러 주의' 붙여 그들을 배려하는 것도 트릭과 반전의 재미를 지켜주기 위함이고요. 관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영화의 공식 자료나 소개, 출연 배우 등의 정보를 찾다 보면 스포일러에 노출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일부러 찾아볼 때도 있어요.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 어디까지가 스포일러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알고 보면 보이는 것들이 제법 있거든요. 미처 알아채지 못한 복선들이 보이고 스토리의 개연성은 충분한지 살필 수 있어 재미가 더 쏠쏠하기 때문에 저는 스포일러와 친한 편이에요.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 엄마가 "보살님이 이름에 'ㅇ'이 들어간 사람 살이 끼니까 피하라고 했지"라며 딸을 다그치는 장면이 나와요. 대부분 'ㅇ'이 들어가는 주변 인물들은 오히려 박연진에게 피해를 당하죠. 놀랍게도 그녀를 배신하고 몰락의 길로 떠미는 건 다름 아닌 엄마예요. 엄마 이름이 '홍영애' 거든요. 무심코 보면 알 수 없는 복선들이 스포일러 덕분에 '아하! 그렇구나'하며 무릎을 칠 때가 있다니까요. 자잘한 스포일러는 오히려 몰입의 단서가 되는 느낌이에요.  맛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전 종종 스포일러를 따라다니곤 한답니다. 


혹시  장면 하나도 스포일러에 해당된다면 고바야시 잇사가 살린 파리가 겠어요.

죽이지 마라, 그 파리를

살려달라고

손발을 싹싹 비비고 있지 않은가

(하이쿠 시인  고바야시 잇사)



옷이나 신발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섰을 때 원이 딱 달라붙어 친절을 베풀면 겁나 부담스러워요. 맘에 드는 물건이 없어도 여차하면 친절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만 같아 건성으로 대꾸하다 슬그머니 매장을 나와버려요. 그런 까닭에 도움이 필요할 때조차 과잉 친절에 연루될까 봐 요청일랑은 아끼게 되더라고요. 아는 척하지 않으면 고객을 푸대접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혼자 조용히 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하는 게 제 쇼핑의 정석이지요. 친절, 원하지 않아요. 조용히 둘러보게 그냥 두시면 안 될까요?



MBTI 얘기를 나누다 한 달 전에 한 약속이 임박해서 무산되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딸이 묻더라구요. 아들과 전 섭섭한 종류의 마음은 들지 않을 것 같다고 했죠. 살다 보면 약속보다 급한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뭐 다른 거 하면 되니까요. 새로운 약속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 집에 머물러크게 문제 되지 않으니까요. 남편과 딸이런 우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데요. 본인들은 몹시 언짢다면서요. 문에 반드시 다른 약속으로 대치해야 한다네요.


습관적으로 약속을 파투 낸다든지 뻔한 핑계대며 미룬다든지 어렵게 낸 시간인 줄 알면서 피해를 준다든지 하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고는 괜찮은 편이에요.



별난 가요? 이상한 사람으로 분리되나? 약간의 수정이 더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생긴 게 이 모양이라 큰 변화는 없을 듯하군요. 그러잖아도 어렵고 복잡한 세상살인데 사이즈가 넘치는 피로감까지 달고 요. 그래도 가끔은 흡족한 디테일을 건질 때가 있어 마냥 헛노릇이라고 생각되진 않아요.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살아요. 그 성향들이 각자 알아서  살고 있잖아요? 참견할 것도 없고 틀렸다고 지적할 것도 없을 것 같아요. 그야말로 본인 인생이니까요. 대신 상대가 못마땅해하면  마음만큼은 알아주려구요.



대문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yeajin11/22287765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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