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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Jun 27. 2023

딱 좋아

나이쯤이야

양쪽  밑 두 마디 지점에 손가락 하나씩 대고 귀를 향해 살짝만 밀어 올리면 처진 볼살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팔자 주름도 완화돼 거울 속엔 좀 더 나은 내가 들어앉을 걸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중력의 힘을 거스르지 못한 탓에 그냥 두면 어지간히 탄력 잃은 모양새다. 요즘은 의술이 발달해 동안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성형술이 흔하다지만 겁이 많아 귀도 뚫지 못한 사람이라 거울 앞에서 한 번씩 처진 얼굴을 밀어 올리 걸로 만족하는 중이다. 


언제부턴가 사진을 찍을 때 뒷모습을 주로 찍는 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왜 멀쩡한 앞모습 두고 모습이래"

했더니 그게 요즘 유행이라며 일부러 눈을 감고 찍거나 손으로 얼굴의 일부를 가리고 찍기를 당연시했다. 참 별나다 싶었는데 요즘 내가 그리 찍는 걸 간간이 발견할 때가 있다. 애들은 유행이라 그렇게 찍을지 모르지만 찍힌 모습예전과 달라 뒷모습을 들이대며 다른 곳을 바라본다. 유행이라 하니 별나다는 소리 듣지 않고도 편하게 따라 다. 그들과 다른 속내가 있으면서도 마치 유행을 따르는 척 연기를 한다.


재래시장에 갔을 때 낯선 청년이 다급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세 번이나 불러 뒤돌아보니 호객을 위해 녹음된 목소리였다는 걸 알아차리고 뻘쭘했다. 피식 웃는 사이로

'어머니란 말이 나일 거라 직감하는 그 나이쯤 되었다는 걸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구나'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얼굴을 덮은 나이 듦은 드러내기 싫은 건지 여전히 카메라엔 뒷모습을 디 중이다.


얼마 전 남편이 치과에 갔을 때 간호사가

'아버님 아버님'

하는데 듣기 거북했다고 고자질했다. 누군가 아버님으로 대접하는 게 처음이라 어색했던 모양이다. 낯 모르는 이에게 듣는 아버님이라는 호칭그러려니 수용할 때인데도 그 말이 노여웠다는 건 아직은 나이 듦을 인정하기가 좀 일렀었던가다.


이젠 뭐 '아저씨, 아줌마'를 넘어서 제법 나잇값 좀 해야 하는 시절쯤 됐으니 어머님 아버님이란 호칭에 시주구리할 일은 아닌 게 맞다. 그렇다고 굳이 나이를 상기하며 기운까지 잃을 필욘 없지 않나? 지금보다 더 젊어지기 위해 역행할 필요도 없지만 굳이 어머님이나 아버님이라는 호칭에 자신을 가둘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럼 진짜 어머님 아버님으로 굳어버릴 수도 있잖은가. 그냥 시간이 데려다주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이에 맞게 살아가면 되는 거지 숨길 필요도, 드러낼 이유도 없지 않나 싶은 것이다. 까마득히 잊고 살다가 가끔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한 번씩 짚어지면 '아! 그쯤에 와있구나.'

하면  것 같.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슬프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살아온 시간들에 비추어 볼 때 내려놓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꼭 쥐고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우기던 것도 좀 느슨해졌고, 뒷전으로 내몰았던 마음을 살피는 일도 잦아져 통제하고 억제하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신체적으로 나약해지고는 지만 아직은 몹쓸 만큼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외로움이 간혹 덮치긴 해도 그 정도는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기에 크게 불안하지 않다.


나이 들어서

마음이 쓸쓸하, 인생이 재미없다, 사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마음만 불편해진다. 지금이 딱 좋다고 생각할수록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이 알아차릴 것이다. 어머니니까 뒤돌아보는 거고, 아버님이니까 공손한 대우를 받는 것이니 대수롭지 게 여기면 그뿐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순간순간이 나에게 딱 좋은 시절이라 생각하면 두려움도, 미련 따위도 자리할 곳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기 때문에 충분하고 '나'여서 행복하다고 여기기 시작하면 시절에 딱 맞는 사람이 되어 여유로 정도는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나이에 매몰될수록 고집스러워지므로 나와 연결된 주변에 아무렇지 않게 끼어들 여지가 있다. 그것은 '나 늙었소' 광고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욕심도 의심도 차례로 내려놔야만 나이와 상관없는 시간을 얻을 수 있는 . 모든 걸 내 안에 쥐고, 주인으로 군림해야 세상이 바르게 돌아갈 거란 생각은 이제 접기로 한다.


보통의 하루에서 소소한 일상을 방망이 깎듯 매만지려거든, 그리하여 딱 좋은 지금이 되려거든

나이 따위로 지배하기보다는 그저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마음을 손질해보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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