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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참, 곱다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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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Jun 03. 2023

공짜 복권

인자한 사장님

솔직히 고백할게요.


복권 산 적 있습니다. 오살나게 좋은 꿈을 꾸었을 때죠. 대부분 꽝이라며 며칠 간의 희망을 산산조각 부수더라구요. 당첨이 가당키나 하겠나 싶어 복권 구입을 끊었습니다.

사실은

때깔나게 좋은 꿈을 꾼 지가 언젠지 원...


정육점에서 고기 한 팩 사면 복권 한 장 붙여 줍니다. 사장님 얼굴이 인자한 할랜드 데이비드 샌더스(KFC창립자)처럼 보이는 순간이지요. 당첨 보장은 없지만 기분이 째집니다. 매가리 없는 얄쌍한 종이 한 장에 숫자 한 줄이지만 소시민의 바람과 기대, 행복과 희망을 담아 건네는 손길에서 고기처럼 두툼하고 푸근한 정이 함께 전해지기 때문이죠.


열심히 고기를 습니다. 혹시나 하고 말이죠. 고기도 먹고 복권도 받고 당첨도 기대하고. 속내를 너무 드러냈나요?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시쳇말로 고기 맛에 뿅 가서 골인 겁니다. 그렇게 믿어 주세요. 이 사람 솔직한 사람입니다.


정육점에서 고기 산 지 어언 천일 하고도 백일 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단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는 잔혹한 괴담을 들어는 보셨나요?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할 일이지 않습니까?.

으화! 오천 원짜리도 안 되더만요.

첨에서 빗나갈 때마다

'다음 고기는 17억'을 기약하며 우적우적 고기만 씹었습니다.  17억이냐고요? 지인의 지인이 17억에 당첨됐다는 실화를 들었거든요.


역시나 당첨은  몫이 아닌가 봅니다. 한결같이 비뚜로만 나가는 걸 보면요. 그런데 웬일일까요? 남의 몫도 아니었나 봅니다. 동네 주민 중 누구도 당첨됐단 소식을 들은 기억이 없네요. 확실히 사장님은 똥손인가 봅니다. 고기만 잘 고르나 봅니다. 똥손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줄지어 고기를 삽니다. 사장님이 나눠주천원의 행복 안에서 현대판 오병이어를 놓지 않으려는가 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사람들은 정육점으로 고기 사러 갑니다. 고기 살 때마다 새로운 기대감을 으로 사장님의 마법걸려 자동차도 바꾸고 크루즈 여행 뭐 그런 것도 꿈꾸며 어깨 뽕 좀 세워보려구요.

'이번에는 제발 잘 고르세요 사장님'

제 바람도 슬쩍 얹어봅니다. 고기 먹는 날은 꿈꾸는 날입니다.


똥손이면 어떻습니까. 꽝이면 어때요.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 받고 행복할 수 있으면 그만인 거죠.


또 알아요?

음허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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