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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Jul 11. 2022

경계 허물고, 이해하니, 배경이 되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마법

강화 '바그다드 카페'에 다녀온 후 동명의 영화를 감상했다. 오래 전(1987-퍼시 애들런 감독) 독일에서 처음 개봉한 영화로 관심 좀 있다는 마니아들에겐 이미 달작이었다. OST 'calling you'에 영화보다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




영화 초반 쉴새없이 쏟아지는 여인의 악다구니가 귀에 거슬린다. 잠잠해지는구나 싶으면 불쑥 나타나 패악을 떤 후 휭하니 사라진다.

뭐지, 이 영화? 다소 불편한.  

잠시 머뭇거리다 이야기를 따라간다.


흙먼지 날리는 사막 가운데. 제 기능을 상실한 카페와 허름한 모텔, 인적 드문 주유소 운영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브렌다. 무능한 남편, 제멋대로인 자식, 갓난 손주까지 봐야 하는 생활의 무게감에 짓눌려 쉴새없이 쏟아내 악다구니로 누추한 삶을 이어가는 여자. 지칠대로 지친 브렌다의 폭풍같은 욕설에 구제불능 남편은 철없이 가출을 감행한다. 속시원할 것 같은 브렌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가족의 몰이해에서 오는 기진맥진한 눈물이. 


라스베이거스로 여행하던 중, 고집 불통에 강압적이고 멋대로인 남편을 더는 견딜 없어  차에서 내려 하염없이 사막을 걷는 야스민. 결혼 생활 내내 참고 또  캔디 방식으로 살다가 사막 한 가운데서 잠재적 분노가 폭발한 여자 . 마치 오래 전 결정을 실행한 사람처럼 뒤돌아보지 않는다. 방금 홀로서기를 결심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나가는 차량이 손내민 도움도 거절한 채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곳이 '바그다드 카페'. 


흑인 미국 여성의 까칠함과 백인 독일 여성의 두려움이 어색하게 눈을 맞춘 곳 '바그다드 카페'


공격적이고 신경질적인 카페 여주인 브렌다는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투숙객 야스민을 극도로 경계한다. 자신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는 야스민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브렌다는  자식이나 돌보라며 꺼지라고 윽박지르지만 자식이 없다야스민의 한 마디에 마음 한 편이 먹먹하게 결린다.


딱히 갈곳도 없고, 일상의 끈을 놓은 터라 막막하기도 하고, 별다른 계획도 없었던 야스민은 '바그다드 카페'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눈치껏 찾아 나선다. 특유의 자상함과 친밀감으로 카페에 머무는 이들뿐만 아니라 브렌다의 마음까지 열어 삭막하던 바그다드 카페에 활기를 채운.

 

영화에는 각자 가족으로부터 상처받고 절망을 품은 채 살아온 두 여인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깡통처럼 구겨진 자신 복해가는 과정이 묻어난다. 


결이 다른 야스민과 브렌다가 마음 문을 연 후에서로에게 배경이 되어준다. 삶에 지쳐 압살당한 성격과 자기 안에 숨었는지도 몰랐던 재능까지 끌어내도록 깨운다. 본인으로 착각한 허물을 벗어진 두 여인은 어울리기 좋아하고 자상하며 개방적인 야스민으로, 흥이 넘치고 너그러우며 부드러운 말씨를 가진 브렌다로 돌아다. 뒤돌아 다시 봐줄 이 없는 중년 여성의 노래 실력을 이끌어내고, 놀이 대상이었 마술도구로 라스베이거스 쇼 못지 않은 공연펼치도록 유도해낸다. 그녀들의 노래와 마술쇼바그다드 카페는 입소문을 타고 날마다 축제 분위기를 뿜어내는 기염을 토한다.


여인이 쓰러진 삶을 일으켜 세우고 이토록 행복할 있었던 건 상처 공유, 다름 이해, 상대를 보듬는 아량, 서로를 알아주는 마음 때문이었다. 


브렌다와 야스민이 서로에게 스며들기까지 의심과 배척이 동반된 것처럼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성향이나 태도, 사고 방식이 다를 경우엔 교감으로 나아가는 데 꽤나 진이 빠진다. 그런 이유로 관계의 불편함과 두려움은 여전히 우리 삶을 쫓고 마음을 갉는다.

타인과의 관계는 갈등으로 시작해 점차 안정될 수도 있지만 악화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우린 타인과 만나고 부딪혀야 하고 가까워져야 한다. 그 안에는 우리를 성장하도록 이끄는 비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브렌다와 야스민이 서로에게 아낌없이 내준 마음의 곁이 그녀들을 구원한 것처럼...


악다구니가 불편해 예정된 러닝타임에 올라타야 하나 잠시 망설였던 순간이 있었지만 위기를 이기고 경계를 허문 여자가 단짝이 되어가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며 공존의 의미에 다가설 수 있었다. 서로 다르지만 만나고, 열고, 이해하고, 보듬는 과정에서 생의 가장 찬란한 시간을 함께 하는 두 여인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다만 부서 마음을 가족 안에서 다독이지 못한 두 여인의 지난  안타까울 뿐이다. 돌아온 남편을 기꺼이 맞아들인 브렌다에게 움쑥 파인 감정의 골이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회복하고 시작하바란다. 야스민과 콕스(바그다드 카페 옆 트레일러에 사는 전직 극장 간판 미술가)가 전하는 사랑의 예감 존중과 배려에 가 닿기를 바란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강화 '바그다드 카페'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세상과 별개인 듯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 성업을 이루고 있다는 점(영화에서도 중반을 지나면 핫플레이스가 됨). 어쩌면 강화 '바그다드 카페' 주인장이 이 영화의 마니아인지도 모르겠다. 외진 위치도 그렇고, 찾아가는 길도 미세한 흙먼지가 날리도록 일부러 콘셉트를 정한 건 아닐는지.


20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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