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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얻은 혼자 멋내기 '꿀팁'

모발 손상 최소화 위한 '셀프 염색' 조언

by 오순미

외모 가꾸기는 나를 표현하고 자신감을 높이며 삶을 관리하는 힘이 되기 때문에 연령과 성별에 제한 없이 전 세대에게 긍정적 관점으로 굳었다. '꾸밈은 권리다'란 말처럼 개성 있는 외모 가꾸기는 당당한 선택이며 정당한 자기 결정권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좀 둔한 편이다. 색조 화장은 신부 화장으로 받아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의상도 유행보다 가볍고 편한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머리 모양도 자주 바꾸지 않는다. 길구나 싶으면 관리하기 편한 길이로 자르고 생머리가 지루하면 굵은 웨이브로 파마하는 것을 1년 주기로 한다. 짧은 머리는 자주 정리해야 깔끔하지만 긴 머리는 기장 변화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유지 주기가 길다. 때문에 미용실 의존도가 낮아서 경제적이다. 여름엔 묶음 머리를 하거나 집게 핀으로 말아 올리면 손질하지 않아도 무난해서 나이 들어도 긴 머리를 고수한다.


미용실에 다녀온 지 1년이 넘어가자 머리카락 끝이 삼발 갈퀴처럼 갈라지고, 말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버거울 정도로 자랐다. 그럼에도 미용실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는 건 약품 냄새에 민감한 데다, 헤어 디자이너와의 대화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자주 가면 쌓인 친분이라도 있지만 1년에 한 번 가는 경우라 대화 이어가기가 나로선 몹시 힘들다.



미용실에서 얻은 염색 조언


▲셀프 염색할 때 필요한 도구들. 염색제를 바른 후 촘촘한 빗으로 빗질하는 것은 손상도를 높일 수 있다.


1년이 넘어 미용실에 갔더니 3년간 시술해 주었던 분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새로운 분에게 맡기게 되었다. 길이 좀 자르고 세팅파마 해달라고 말하자 머리카락 한 올을 당겼다 놓았다 반복하며 살피더니 물었다.


"셀프 염색하시죠?"


새치(흰머리) 부분만 한다고 했더니 염색 때문에 머리카락이 손상되어 세팅파마가 어렵겠다고 말했다. 세팅파마는 열파마 중에서도 120~160도의 높은 열을 가해 웨이브가 형성되는 파마라 손상모에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염색제는 1제와 2제가 있다. 두 가지를 반반씩 섞어 흰머리에 도포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새치 염색이다. 두 가지 염색제는 역할이 전혀 다르다. 염색약 1제는 색소와 알칼리제를 포함한 약제로 머리카락에 색을 들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알칼리 성분이 모발의 큐티클 층(겉 껍질)을 열면 색소가 머리카락 안으로 침투해 색을 입힌다. 염색약 2제는 산화제로 과산화수소가 주성분이다. 과산화수소가 분해돼 산소를 방출하면 1제의 색소가 산소와 만나 발색이 된다. 발색된 색소는 분자 크기가 커져 큐티클 층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우므로 염색이 유지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비유하면 1제는 색감 좋은 파스텔이고 2제는 칠한 파스텔을 고정시키는 정착액인 셈이다. 두 가지가 함께여야 비로소 염색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집에서 스스로 할 경우 염색약을 바르는 기술도 서툴러 덜 발린 부분, 과하게 발린 부분이 생겨 손상도에 차이도 발생한다. 자신의 모발이 손상모인지 아닌지 진단할 수 없기 때문에 판단 없이 염색하게 되는 셀프 염색은 손상이 클 수밖에 없다.



'셀프 염색' 고민을 묻다


미용실 염색은 전문가가 모발 상태를 확인한 후 손상 정도에 따라 부위별로 염색약 농도를 조절해 바른다. 모발 상태에 따른 염색 시간도 정확하게 맞추기 때문에 모발 손상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간적, 금전적 문제도 무시할 순 없지 않은가?


"혹시 셀프 염색할 때 모발 손상도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나요?"


"염색약은 새치가 올라온 뿌리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바르고 기존 모발엔 '워터 믹스(물염색)'로 하시는 게 좋아요. 염색약 바르고 과하게 빗질하면 큐티클 층이 훼손되는 건 알고 계시죠? 염색보다 빗질이 손상도가 더 높기 때문에 가급적 빗질하지 않는 게 좋아요. 손가락이나 빗살이 성긴 도끼빗으로 넘기는 정도가 괜찮아요."


이럴 수가! 그동안 빗질해서 넘겨야 염색이 더 잘 되는 줄 알고 꼼꼼하게 빗질했는데 손상을 부추긴 꼴이라니 허탈감이 밀려왔다. 새치가 많은 정수리와 귀 옆으로만 셀프 염색한 내 머리는 얼룩진 상태라고 했다. 새치가 자란 뿌리는 정상 강도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가능하다면 염색약을 약하게 조절하는 방법이 좋다며 '워터 믹스'를 제안했다.


처음 만난 헤어 디자이너에게 질문하고 설명 듣는 내내 친절하고 자세히 응해주어 고마웠다. 셀프 염색도 나쁘지 않다며 손상이 덜한 방법을 가르쳐준 데서 상업적 목적으로 고객을 대하지 않는 태도에 신뢰감도 들었다. 1년이 넘어 오랜만에 방문한 미용실에서 헤어 디자이너의 친절이 부담스럽지 않아 기분 좋게 변신했다. 부담스럽기만 했던 미용실 방문이 모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머리 모양 변화로 기분 전환은 물론 손상도를 줄이는 셀프 염색 방법까지 알게 돼 새로운 관리 방향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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