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길에 닿은 인생네컷을마주하다 어느 새 훌쩍 커버린 딸에게서기억의 향기는 아스라이 멀어지고 여자의 향기가묻어나니 아련하고 애틋하다.
너는 인생내컷 중 소중한 한 컷임을 알고있는지.
여기저기 기웃거릴 게 아니라서 숙박만 정하고 서두르지 않았더니 기차표가 마땅치 않았다.평일이라고 우습게 봤더니 이동 인구가 많았나보다. 나란히 앉아 갈 기차표를 겨우 예매하여강릉으로 출발했다.
서울역에서 기념으로 산 스마트폰 그립톡에 문제가 생겼다며딸이강릉중앙시장 다이소엘 먼저 가잔다. 아들이 가보라고 권한 카페에서 조금이라도 이른 시간에 커피 한 잔 마시려 했더니 예상치 못한 시장부터 들러야 했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후 시장 옆월화거리를 걸었다. 문을 연 상점도 드물고 객의 웅성거림마저 잦아든 월화거리는 하고픈말도감추고어슬렁거리는 발걸음도붙들지 않았다.급할 거 없는 우리도 지나가는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천천히 걸었다.하늘가엔 야경을 연출할 목적인지 수많은 등이 질서있게달렸다. 낮이라 화려한 불빛은 볼 수 없었지만 갓 자체만으로도 풍경이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등갓은 4월의 왈츠같았다.
강릉 월화거리
"그렇잖아도 검색한 곳이 멀어 실망 중이었는데 여기 있을 줄이야."
월화거리를 거닐다강릉네컷이란 간판이 보이자 딸이 반색하며 들어간다. 요즘 핫하다는 인생 네컷(셀프포토스튜디오)을 놓칠 수 없다며 캐릭터 머리띠 앞에서 두리번거린다. 딸은 하얀고양이, 난 포켓몬스터 이상해씨 머리띠를 하고 이쁜척한다.
컬러별로 나뉜 방 중 하나를 고르라기에 파란방으로 들어선다. 비좁은 공간에서 카메라를 향해 오만가지 포즈로 요망을 떤다. 아무도 보는 이 없다는 핑계로딸의 발랄함과 나의 방자함을 거리낌없이 펼친다. 맘에 들지 않는 사진은 삭제하고 재촬영이 가능하단다. 이런 기능 처음이라며 두세 가질 지우더니 다시 찍는다. 갸루피스(소녀들의 뒤집은 브이포즈)를 남발하며 두 번째 요사를 떤다.딸 덕분에 갸루피스도 인생네컷도 처음 경험하는 즐거움이었다.
강릉네컷 내부
사진이 만족스럽다.포토샵도 되는지 이쁜 척한 게 그대로 반영된모습이다. 사진을 찍고나면내 몰골이 내나이를 고자질했는데 인생네컷에찍힌모습은화사하다.제목에 걸맞은 사진을 보며젊은이들에게 핫한 문화로 다가갈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촬영 후 QR코드로 사진 영상을 전송할 수도있다. 신기한 세상이다.
강릉에서 만난 젊은 감성.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로 탄생한 인생네컷사진관 문화.사진도 사진이지만 작은 공간에서 펼친 우리만의 퍼포먼스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MZ세대(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의 놀이 문화로 추앙받는 인생네컷이인기몰이 중이다. MZ세대뿐 아니라 유행에 민감한 중장년, 노년층까지도 인생네컷을 찾으며 가족 단위로도 방문해 추억을 담는 명소로 꼽을 정도란다. 이전에 스티커 사진이라 불리던 비슷한 갈래가 있었지만 인생네컷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미도 부여할 수 있어 확연히 달라 보인다. 특히 MZ세대 여성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듯다양한 소품과외모를 점검할 거울이나화장대, 파스텔톤컬러를입힌스튜디오인테리어까지돋보인다. 개성을 살려 놀이의 주도자가 될 수 있게꾸며놓아 n86세대의 감성까지단번에 끌어낸다.
사진관에서 사진 한 번 찍으려면 준비가 만만치 않아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기존의 번거로움도 사라지고 자주 보지 않는 폰사진의 아쉬움도 달래는 인생네컷은 MZ세대의 시장을 파고들 만하다.필름을 맡기면 며칠씩 걸려야 손에 들어오던 사진이 바로 인화될 뿐 아니라 벽에 꽂거나 앨범에 보관해 자주 볼 수 있으니지난 시간을 확대하기에 적합한 놀이 문화다.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저렴하면서재미까지 더하니 4천 원의 행복을 저장할만한 곳으로 충분한 듯하다.코시국의 웅크림에서 벗어나 깔깔대며 즐길 수 있는 신낭만으로 그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어색하고 민망해서 표정이 굳는다면 인생네컷이 정답입니다~'
다른 시선이 멈춘 공간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에인생네컷은귀중한 인생내컷을 간직할새로운 장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