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는 곳마다 싱그러운 초록이 괴는 무성한 시절을 지나
첫 하이힐처럼 뒤뚱거리며 다가왔던 불혹의 어색함.
그 안에선 '굴곡진 삶'과 네트워크 된다는 '견딤, 극복, 돌파'란 랜을 까느라 늘 분주했던 기억이 역력하다.
무한 열정으로 덤볐던 일이 권태감으로 시들해지지자 내면 깊숙한 곳을 단단히 지키던 매듭은 툭 끊어져 너풀거렸다.
설상가상 버팀목이었던 남편의 사업도 고전(苦戰)은 여기까지라고 호통을 쳤지만 결국 돌덩이에 깔리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한 몸인 줄 알았던 손발이 따로 놀며 가슴을 배반하는 것도 목격했다.
머리카락에서 검은 진액이 쑤욱 빠져나가는 것도 속수무책 지켜봤다.
동태 눈알처럼 탁해진 눈과 주름을 긁어 모으는 늘어진 살갗에도 무장해제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던 게 마흔 안에서다.
채 한 달여 남지 않은 번뇌의 날들이 지나고 나면 돌이키거나 미룰 수 없는 불가항력의 쉰이 온다.
그 곳에선 한 해 두 해 지나는 모퉁이마다
내가 아닌 나보다
나다운 나를 챙기는 슬기로움이
담뿍 서리어 있기를 고대한다.
그 곳에선 '지금이 가장 조호을 때'란 진리를 되새기며
부질없는 욕심, 푸념 따윌랑 붓질 한 번으로 말끔하게 지워나갈 참이다.
쉰, 그 안에선
폐부의 발기를 풀어볼 작정이다.
알싸한 마음을 주의깊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내 몫만큼의 희망을 가져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