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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Aug 03. 2022

쉰 언저리 그 즈음에

가다듬은 약속

디디는 곳마다 싱그러운 초록이 괴는 무성한 시절을 지나

첫 하이힐처럼 뒤뚱거리며 다가왔던 불혹의 어색함.


그 안에선 '굴곡진 삶'과 네트워크 다는 '견딤, 극복, 돌파'란 랜을 까느라 늘 분주했던 기억이 역력하다. 




무한 열정으로 덤볐던 일이 권태감으로 시들해지지자 내면 깊숙한 곳을 단단히 지키던  매듭은 툭 끊어져 너풀거렸다.

설상가상 버팀목이었던 남편의 사업도 고전(苦戰)여기까지라고 호통쳤지만 결국 돌덩이에 깔리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한 몸인 줄 알았던 손발이 따로 놀며 가슴을 배반하는 것도 목격했다. 

머리카락에서 검은 진액이 쑤욱 빠져나가는 것도 속수무책 지켜봤다.

동태 눈알처럼 탁해진 눈과 주름을 긁어 모으는 늘어진 살갗에도 무장해제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던 게 마흔 안에서다.



채 한 달여 남지 않은 번뇌의 날들이 지나고 나면 돌이키거나 미룰 수 없는 불가항력의 쉰이 온다.


그 곳에선 한 해 두 해 지나는 퉁이마다 

내가 아닌 나보다

나다운 나를 챙기는 슬기로움

담뿍 서리어 있기를 대한다.

그 곳에선 '지금이 가장 조호 때'란 진리를 되새기

부질없는 욕심, 푸념 따윌랑 붓질 한 번으로 말끔하게 지워나갈 이다.


쉰, 그 안에선

폐부발기를 풀어볼 정이다.

알싸한 마음을 주의깊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내 몫만큼의 희망을 가져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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