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꽃다운 20대에는 소주 2병도 거뜬히 마시던 제가 이제는,
맥주 한 캔에도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음주 독서로는 수업 준비가 되지 않으니 아쉬운 대로 무알코올 맥주를,
오늘처럼 옷장 정리를 맘먹고 한 날엔 수고한 날 위해 애정하는 블랑 한 캔을 와인 잔에 따라 마십니다.
홀짝대며 맥주를 마시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와인 잔에 맥주를 따라 마신다고 맥주가 와인이 되진 않을 텐데,
난 왜 담기는 그릇의 용도대로 동화되어 나를 잊어버리는 걸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
sns로 보여지는 나는 누구인가?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정답에 가까워지고는 있는 걸까요?
오답은 아니어야 할 텐데요.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헛똑똑이인 전,
잘하고 싶은 욕심에 활화산처럼 불타올랐다가 이내,
제풀에 나가떨어지고 마는 나약한 인간인데,
그조차도 인정할 수 없음으로
마음을 온통 지옥으로 만들고서야 직성이 풀리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애처로움으로
키보드 자판 앞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책꽂이에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김종원 작가님의 필사 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책을 실컷 필사해 놓고도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전,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중이겠지요?
저만의 속도를 찾지 못해 답답해 죽을 지경이긴 합니다만,
제발 멈추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누군가의 위로가 간절히 필요한 알딸딸한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