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부를 물어요

끄적끄적

by 손균관

안부

-윤진화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영원한 귓속말』문학동네, 2014



일출보다 석양이,

'툭'하고 못내 떨어지는 꽃잎에 마음이 쓰린 걸 보니

시인의 말처럼 나도 무럭무럭 늙고 있나 봅니다.


'무럭무럭 늙는다'라니,

이처럼 잘 어울리는 조합이 있을까요?

나이가 먹을수록 자꾸만 움츠려지는 어깨가

태평양만큼 펴지는 느낌입니다.


잘 지기 위해 애쓰며,

부끄럽지 않은 봄을 보내겠다는 다짐을 하고

다음 계절을 행복하게 기다리는 내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하지 않고,

내가 나인 것에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나로

믓찌게 늙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의 안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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