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전과 그녀의 미소
비가 와서 감자전을 먹어야 했다.
슈퍼에서 감자 한 봉지를 사고 뭐든 다 있는 자취생의
천국에 가서 강판도 사 왔다.
감자를 쓱쓱 갈아 기름을 두르고 소금을 살짝 뿌려서
부쳐낸 감자전은 남이 해 준 것보다는 맛이 없었지만
내가 처음 한 것 치고는 괜찮았다.
감자전을 먹다 옆집에 사는 여자가 문득 생각났다.
불과 한 시간 전에 우리는 문 앞에서 마주쳤는데,
내가 인사할 새도 없이
그녀는 쌩하니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는 얼굴을 아는 사이이지만...
몇 번 마주쳤을 때 인사를 한 적은 없다.
차갑게 굳어있는 얼굴에서 나는 타인의 접근을 꺼리는
배타적인 성격을 읽었다.
잘 웃지 않는 사람인가 보다,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늘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나의 쫄보 고양이가 복도에 나가 있다가
밤늦게 귀가하는 그녀를 크게 놀라게 한 적이
두어 번 있어서 사과를 하고 싶기도 했고,
이웃에 사는데 그래도 인사나 하고 지내자고
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십 년에 한 번 발동되는 나의 오지랖 모드가
(비가 와서?) 켜진 거다.
나는 낯선 사람과 잘 이야기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에게
친근하게 굴지 않는 차가운 도시 여자지만
오늘은 어쩐지 시골 댁(?)처럼 감자전을
나눠주고 싶었다.
접시에 감자전 한 장을 담아 옆집 벨을 눌렀다.
문을 열고 나온 그녀는 감자전을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전에 고양이 때문에 많이 놀라시지 않았느냐고 하니
그녀는 아니라고 말하며 또 웃었다.
원래는 아주 밝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던 거다.
나는 감자전을 주고 그녀의 미소를 획득했다.
우리는 비로소 이웃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