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무렵부터 슬슬 기미가 보이더니
앙상블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오면서부터는
익숙한 고통이 찾아왔다.
누군가 계속 머리를 때리는 것처럼 머리가 흔들리는 느낌
서서히 머리 전체로 퍼지는 두통...
그렇다 두통이 또 찾아왔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드러눕자 두통은 더욱 심해졌다.
눈알이 빠질 것 같고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속은 약간 울렁거리고...
이런 때는 눈을 감아도 잠은 오지 않고
정신은 오히려 맑아지며
머리를 옥죄는 날카로운 두통이 더욱 활개 친다.
어릴 때는 이런 두통에 시도 때도 없이 시달렸다.
예고도 없이 느닷없이 찾아오는 두통,
대낮에도 밤에도 갑작스러운 두통의 습격을 받으면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누워서 데굴데굴 구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다면 도끼로 이마를 쪼개고 싶었다.
도끼로 내 머리를 쪼개고 산산조각 내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렇게 두통과 싸우다 지쳐 잠드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
두통에는 이유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햇빛과 열기와 관련 있는 듯하다.
요즘도 어릴 때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햇빛을 오랜 시간 받거나 사우나에 오래 있거나
수분 섭취가 부족할 때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온다.
다른 통증과 달리 두통의 좋은 점이 있다면
자고 일어나면 반드시 낫는다는 거다.
하지만 잠들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괴롭다.
어젯밤 나는 잠들기를 포기하고 찬장에서
나의 구세주, 타이레놀을 찾아냈다.
약을 삼키고 삼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두통이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아, 타이레놀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약 한 알로 해결되는 것을
어린 시절의 나는 왜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고통을 겪어내야 했을까?
약을 먹지 않았던 걸까?
약효가 전혀 들지 않았던 걸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어려서 진통제 성분의 약을 먹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이 있다면
두통이든 생리통이든 참지 않고
약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나는 구세주 같은 하얀 알약을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 놓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