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그림 여행
분명 프랑스에 갔는데 프랑스 음식을 한 끼도 먹지 않았다.
프랑스 남부 지방 도시 아를(Arles)은 흑우 스테이크니 꽃소금이니 유기농 재료로 만든 자연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벨기에에서 너무 끝내주는 프랑스 정찬을 먹고 매일 아침 마그다가 차려주는 프랑스식 아침식사 - 버터, 크로와상, 치즈, 햄 등- 로 배를 채운 뒤라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는 그저 얼큰한 신라면(!)이 먹고 싶었다.
아를에 도착한 저녁, 비는 부슬부슬 내렸고 추위에 떨던 우리는 따끈한 국물을 먹지 않으면 곧 죽을 것만 같았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면요리 집을 찾아다니던 우리는 급기야 초밥 가게 주인인 일본 남자에게 염치 불고하고 면요리 집을 물어보았다. 그 남자는 친절하게도 지도에 표시까지 해 주며 끝내주는 쌀국수를 하는 베트남 요리 전문점이 있다는 고급 정보를 주었다.
미로 같은 아를의 복잡한 길을 헤맨 끝에 그 쌀국수 집을 찾았을 때의 환희란!
베트남계 프랑스인 형제가 운영하는 그 쌀국수 집은 이미 지역 명물인지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다.
드디어 눈 앞에 차려진 쌀국수의 국물을 한 모금 떠먹은 순간 나는 그냥 녹아버렸다.
뼛속까지 흐물흐물하게 녹이는 따뜻하고 깊은 국물 맛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베트남 100년 전통의
원조 쌀국수 맛과 똑같으리라는 확신까지 주었다.
우리는 이틀 연속 저녁 식사를 이 황홀한 쌀국수로 했으며, 베트남계 프랑스인 주인장과
말을 트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가 코리안이라고 밝히자, 그는 아내가 한국 드라마를 무척
좋아한다며 반색했다.
짧았던 2박 3일의 아를 체류였기에, 쌀국수를 한 번 더 맛보고 떠나지 못한 것만이 한이었다.
그리하여 아를의 맛은 나에게 언제까지나 베트남 쌀국수의 맛이다.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해물 쌀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