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그림 여행
"토끼 버터, 토끼 버터라고?"
내 말에 마그다는 웃음을 터트렸다.
"토끼 파테(pate)라고! 토끼 고기를 갈아서 만든 거야."
"아! 하지만 난 토끼 버터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 걸. 버터처럼 부드러운 질감 하며 이건 영락없는 버터라고."
우리 셋은 토끼 버터라는 이름을 놓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동화 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하고 한적한 벨기에의 도시 브루게에서
마그다와 B와 나는 2시간 넘게 프랑스식 정찬을 즐기는 중이었다.
폴란드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20년 넘게 거주해 거의 프랑스인이나 다름없는 마그다가
우연히 발견한 맛집이라며 우리를 이끈 프랑스 정통 식당이었다.
애피타이저 - 메인 -디저트 3코스에 일인당 15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에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아 그야말로 숨은 맛집이었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거위 간은 30여 년 인생 처음 맛보는 음식이었는데
혀에서 살살 녹았다. 불쌍한 거위에게 경의를 표하며 게눈 감추듯 먹어버리고는
B와 나는 빈 접시를 보며 거위 간은 30년에 한 번 먹으면 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느끼한 것, 우리 스타일은 아니잖아."
B가 주문한 '돼지 볼살'은 항아리에 담겨 나왔다.
소고기 장조림과 비슷한 양념에 맛도 비슷했는데,
고기 두 덩어리가 어찌나 큰지 우리 셋이서 달려들어도 다 먹지 못 했다.
우리는 메인 요리를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남기고 배를 두드리며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먹었다. 이렇게 느리게 저녁 식사를 즐긴 적이 언제였던지.
우리 셋은 음식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 지금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 나는 시끌벅적한 도심의 빌딩에 갇혀 있었는데
어떤 시공간 터널을 통해 이런 동화 마을에 떨어진 걸까?'
배부르고 만족한 얼굴의 친구들을 보며 내가 말했다.
"나중에 식당을 차리면 토끼 버터라고 지을까 봐. 어때? 이름 죽이지 않아,
'래빗 버터'?"
우리는 또 이 실없는 농담에 배가 찢어져라 깔깔 웃었다.
어찌 알겠는가? 우리 중 누군가 정말로 토끼 버터라는 식당을 차릴지?
<왼쪽부터 푸아그라, 토키 파테,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