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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교훈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다.

by 엘린 Jan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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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가 세상을 떠난 지 5개월 만에 또다시 장례식장.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나는 친정엄마보다 어머님을 더 좋아했다.
결혼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여전히 나를 "새아가"라 부르며 많이 아껴주셨다.
아이들을 낳고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별거 아닌 일에도 늘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어릴 때 받지 못했던 사랑 가득한 말들,
그 표현들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줬다.
가끔은 말도 안 되는 말씀으로 내 속을 긁으시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어머님을 미워할 수 없었다.
지난 세월 동안 어머님이 보여주셨던 사랑이
마치 복리처럼 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을까?

어머님께서는 내가 신랑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유방암을 겪으셨고, 첫째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궁경부암으로 또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돌 지난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오가던 날들이 떠오른다. 다행히 이후에는 건강을 회복하셨지만,
세월이 지나 소장 쪽으로 암이 전이되면서
결국 우리 곁을 떠나셨다.

어머님과 베프의 암 투병을 보면서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암에는 완치라는 게 없다는 것.
완치라고 말해도 사실 암세포는 조용히 몸속에 숨어 있다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면역 저하로
다시금 폭발적으로 분열한다는 점을.
그래서 무엇보다도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베프 역시 완치 판정을 받은 뒤 3년이 지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후 암이 재발했다.

어머님은 생전에 내게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젊은 나이에 결혼하고 참으면서 살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병이 된 것 같아.
너는 그렇게 속 끓이며 살지 마라. 다 병이 된다.”

어머님의 병세가 나빠진 이후
남편과 나는 주말마다 어머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4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살아생전에 자주 찾아뵙고 싶었다.

어느 주말, 뵈러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에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왠지 이번 주에 꼭 가야 할 것만 같았다.
남편에게 말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가자.”

그 예감은 맞았다.
그날이 어머님을 마지막으로 뵌 날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어떤 끌림이었을까.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터로 향했다.


결국,

죽으면 남는 건 한 줌의 재

어머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늘 다니시던 절에서 49재를 지내달라고 말씀하셨다.
그 뜻을 따라 어머님을 절에 모셨다.

초재를 올리는 동안,

스님이 읽어주시던 글귀 중 특히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었다.

"빈손으로 오셨다가 빈손으로 가시거늘
그 무엇을 애착하고, 그 무엇을 슬퍼하랴.
그 무엇에 집착하여 훌훌 털지 못하시며,
그 무엇에 얽매여 극락왕생을 이루지 못하시나."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글 이미지 2


초재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을 떠올렸다.

빈손으로 와서(태어나) 빈손으로 간다(죽는다)는 뜻으로, 삶의 덧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말이다.
아무리 재물을 탐하고 권력을 좇아도 결국 모두 부질없으니, 너무 아등바등 욕심부리며 살 필요는 없다는 가르침을 준다.

어머님을 떠나보내며 이 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공수래공수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니 오늘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감사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Happiness is everywhere

Happiness is a choice

결국 죽으면 한 줌의 재..
너무 가지려 애쓰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비우며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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