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what you eat.
You are what you eat.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이 문장이 나에게 훅 들어왔다.
나는 먹는 일이 귀찮다. 식탐이 많은 편도 아니다. 그래서 영양소를 충분히 갖춘 알약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런 알약이 개발된다면 한 끼 정도는 그렇게 해결할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고 비실비실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예민한 편이라 작은 자극에도 쉽게 에너지를 소진했다.
최근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은,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이런 예민함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방전된 체력이 올라오기도 전에 아이를 임신하고 키우는 것이 저질체력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웠다. 당시 남편은 새벽부터 밤까지 회사 일로 바빴고, 나는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전업주부로서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감능력이 발달한 나는 남편이 힘들게 일하는 걸 알기에 퇴근 후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특히 1호는 잠을 잘 자지 않는 아이였다. 두 아이를 키우며 나 역시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면역력이 떨어지고, 병치레가 잦아졌다.
그럼에도 나는 생활 습관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아니 바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거 같다. 아이가 잠든 후에도 함께 자지 않고 일부러 일어나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끼니는 늘 거르다가 밤이 되면 분식을 배달시켜 야식을 먹었다. 그게 나를 위한 힐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것은 악순환이었다. 낮에는 피곤해 카페인으로 버텼고, 두통과 컨디션 저하가 찾아오면 진통제를 먹었다. 늘 피로에 찌들어 누워만 있었다.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이 전부.
그러다 보니 무기력증과 우울증, 만성 통증, 턱관절 장애, 천식, 피부 질환까지 다양한 문제가 생겼다.
그때 나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다. 약과 치료에 의존했을 뿐, 생활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왜 이럴까?"라며 자책할 뿐이었다.
그러던 2021년 5월, 건강검진에서 유방에 좋지 않은 혹이 발견되었다. 조직검사를 진행한 결과,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종양이니 제거하자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맘모톰 시술을 받았다.
8월에는 갑자기 고관절에 이상이 생겨 걷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두렵고 무서웠다. 그때 정신이 바짝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정말 큰일 나겠다.'
그렇게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4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근력 운동을 결심한 것이다. 게으른 나는 혼자서는 하지 않을 걸 알기에 재활 PT를 등록했다. 나는 나를 잘 안다. 환경설정을 해야 꾸준히 운동을 할 것이라는 것을.
1년 넘게 일주일에 두 번씩 재활 PT를 받았고, 필라테스도 병행했다.
그러던 중, 김주환 교수님의 책 『내면소통』을 접하면서 나와의 내면소통을 하고 마음 근력도 키우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늘 깊었던 우울감이 완화되었고, 감정 기복도 줄었다.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2년 넘게 운동을 지속했음에도 내가 원하는 만큼 근육량이 늘지 않고 늘 제자리였다.
'왜 운동을 해도 근육이 늘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2023년 초 우연히 정희원 교수님의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만났다.
이 책을 읽으며 유독 한 문장이 나를 강하게 흔들었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나는 왜 이 문장에 이토록 끌렸을까?
아무리 운동을 해도 제대로 먹지 않으면 근성장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왜 이를 간과했던 걸까?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영양사로 일했지만, 정작 내 식사는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나를 돌보는 것도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그 노력이 귀찮아서 외면했던 것이다.
잘 챙겨 먹지도, 잘 자지도 않고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은 채 건강을 기대했던 것이다. 잘 자고, 잘 먹는 것.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도 말이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살면서 먹은 모든 것들이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결관의 노화정도와 인슐린 저항성의 정도, 만성 염증의 정도를 결정하니 맞는 말이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삼시 세끼 잘 챙겨 먹어야 한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물론 끼니를 잘 챙겨 먹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삼시 세끼 잘 챙겨 먹야야 한다"에서 '삼시 세끼'가 아닌 '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이 가속 노화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거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와 미세 영양소(미네랄, 비타민)를 적절히 잘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매일 먹는 하루 세끼가 누적되어 내 몸의 모든 특성을 만든다. 식사를 개선하는 것은 삶에서 경험하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많은 문제를 개선 또는 예방하는 강력한 기제가 될 수 있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정희원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비로소 깨닫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