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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언제 와?

음... 모르겠어.

by 기운찬

"오늘은 언제 와?"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을 때, 누나가 묻는다. 오늘 밤에 내가 필요한 모양이다.


"음.. 모르겠어."


내가 답한다. 정말로 모른다. 내 퇴근시간을...


최근,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수험생을 위한 공부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누나는 그 공간을 관리하는 실장 역할을 맡았는데, 밤 시간에만 내게 그 역할을 부탁했다. 나도 마침 공부 공간이 필요한 참이라 기쁜 마음으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가 언제 퇴근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일찍 올 때가 있는 반면 늦을 때도 있다. 일의 양에 따라 퇴근시간을 추측할 수도 있겠지만, 그림 그리는 일을 추측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두 명의 상사에게 이중으로 체크를 받아야 한다. 한 명이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면 내 그림은 끝나지 않는다.


오늘도 내 추측은 맞지 않았다. 막차를 타고 가야 한다. 퇴근하기 위해 안경을 벗으니 시야가 흐릿하다. 내 삶도 흐릿해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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