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운찬 Aug 08. 2019

나는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을까?

찰스 윌런의 [벌거벗은 통계학]을 읽고

5월 중순 어느 날, 버스 안에서 나는 스마트폰으로 한 뉴스 기사를 보고 있었다. 기사는 '퇴사 후 재입사'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과거 2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나올 때는 내가 다시 돌아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겪다 보니 자꾸 전 회사가 생각났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이직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의 10명 중 7명이 퇴사한 전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중략) 재입사에 성공한 직장인의 10명 중 6명은 재입사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잡코리아, 직장인 72% "퇴사한 회사에 재입사 고려해 봤다"


나처럼 재입사를 고려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게다가 재입사에 성공한 직장인의 10명 중 6명이 재입사에 만족한다고 하니 내 마음도 그쪽으로 향했다. 적어도 새 직장이 만족스러울 확률보다는 높은 것 같았다. 나는 결국 7월부터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일하기로 한다. 내가 그 6명에 들기를 바라면서...


책 [벌거벗은 통계학]의 저자 찰스 윌런이 말하는 '통계학을 배우는 이유'중 다음 두 가지가 내 관심을 끌었다.

첫 번째,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해서

두 번째, 중요한 사회적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첫 번째는 몇 달 전 있었던 내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내가 재입사에 대한 통계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쯤 새로운 회사를 찾고 있을 것이다. 다시 새로운 것을 배우며 낯선 업무에 적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을 것이다. 물론 어느 것이 나은 선택이냐는 알 수 없다. 다만 통계 덕분에 내가 새로운 시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두 번째는 저자가 책에 언급한 '자폐증 발생 증가의 원인', '좋은 학교와 교사를 어떻게 가려내는가?', '세계 빈곤 문제의 해결' 같은 중요한 사회적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통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통계로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올해 초부터 나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각기 다른 대답을 해주었다. 심지어 나조차 내가 하루를 알차게 사용하고 있는지,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통계를 이용하기로 했다. 사회적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통계가 필요하다면 내 삶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도 통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위는 나의 '위클리 차트'다. 내 데일리 리포트를 점수로 환산하여 한 주 단위로 평균을 내고 차트로 만든 것이다. 3월 31일부터 시작했고 현재 18주 차까지 기록되어 있다. 아직까지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통계를 내보니 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 통계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만약 통계를 내지 않았다면 아직도 나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고 말로만 '난 열심히 하고 있어!'를 외치고 있었을지 모른다. 


데일리 리포트 점수는 어떻게 얻는 것일까? 사실 내 데일리 리포트는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다. 내가 데일리 리포트를 쓰면서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부분은 '하루에 시간을 얼마나 낭비하는가?'와 '중요한 일을 했는가?'였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데일리 리포트를 만들기로 했다. 다음은 내 데일리 리포트로 점수를 얻는 세 가지 요소다.


1. 가용시간과 낭비시간을 구한다.

가용시간 = 하루 24시간 중 수면시간과 생활시간(식사, 휴식, 출퇴근 등 생활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제외한다.

낭비시간 = 미리 계획한 일이 아니거나 불필요한 행동을 하는 시간

(나는 시중에 나온 스터디플래너를 활용하여 시간을 10분 단위로 계산한다)


2. 체크리스트 가산점을 구한다

체크리스트 완료 시 우선순위별 가산점 부여 (총 2점)

1순위 : 1점, 2순위 : 0.5점, 3·4순위 각 0.25점

(체크리스트는 중요한 일을 우선순위대로 기록한 것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이라고 보면 된다)


3. 수면부족 페널티를 부과한다

8시간 미만 수면 시 0.5점

7시간 미만 수면 시 1점

(수면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생긴 페널티이다)


위의 세 가지 항목으로 데일리 점수를 구하는 식은 다음과 같다.

((가용시간-낭비시간)/가용시간) x10 + (체크리스트 가산점) - (수면부족 페널티) = 데일리 점수


예를 들어 가용시간 13시간 중 3시간을 낭비하고 체크리스트는 3개 달성, 7시간 미만으로 수면을 취했다면 그날의 점수는 8.44 점이 된다.

(13시간 - 3시간 / 13시간) x 10 + 1.75점(체크리스트 3개 달성) - 1점(7시간 미만 수면) = 8.44 점 (만점은 12점이다)




내 위클리 차트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이 차트를 보면 18주동안 내가 의지와 노력을 얼마나 쏟아 부었는지 알 수 있다. 너무 기쁘고 뿌듯하다!...  아니, 이말은 거짓말이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내 의지와 노력은 저 점수를 받기엔 너무나 과분하다. 나는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유튜브로 20분을 낭비했다. 


패서 레이팅은 그날 운동장에서 벌어진 경기를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중략) 반면에 다른 정보들, 즉 쿼터백이 완벽하게 패스했지만 받는 선수가 공을 놓쳤다든지, 받자마자 빼앗겼다든지, 어떤 주요 플레이에서 잘 치고 나갔다든지, 혹은 수비가 형편없었다든지 하는 정보를 이 수치로는 알 수 없다.     
[벌거벗은 통계학] p23


저자는 이러한 수치가 여러 측면을 단순화시켜주기는 하지만 이것이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라고 말한다. 차트를 자세히 보면 10주 차부터 13주 차까지 그래프가 아래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저 구간은 내가 일을 그만두고 쉬고 있었던 때로 많은 자유시간들이 주어졌다. 의식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했지만 그럼에도 낭비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심지어 퇴근 후에 들르던 피트니스 센터도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잘 안 가게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평균 8점도 넘기 힘들었을 것이다. 


14주 차부터는 그래프가 다시 위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재입사를 하고 씽큐베이션 2기를 시작했다. 갑자기 몰려온 업무와 '1주 1권 1서평'이라는 막중한 과제가 내 시간을 업무와 독서로 빽빽하게 채워주었다. 나는 그저 주어진 흐름을 따라갈 뿐이었다. 언젠가 이 흐름이 바뀌면 내 차트가 다시 또 출렁일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여기서 나는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 번째는 통계가 대상을 정밀하게 보여주지만 정확하게는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치화된 점수는 아주 정밀하지만 그것이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인지, 아니면 바뀐 환경 때문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두 번째는 시간을 관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이 아닌 환경설정이라는 점이다. 이는 내가 스스로 통계를 내보며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이다. 나는 앞으로 내 의지나 노력에 의존하기보다는 환경설정에 더 공을 들이기로 했다.


통계를 이용하면 정밀한 수치로 나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치가 나를 온전히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내 삶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나는 감정과 생각, 환경을 따로 기록하는 것으로 통계의 단점을 보완해나가고자 한다. 특히 매주 나에 대한 피드백을 기록하기로 했다. 통계로 나를 파악하고,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으로 다음 행동을 수정하는 것, 이것이 내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 #벌거벗은통계학








매거진의 이전글 '의식적 포기'로 '의식적 연습'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