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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 글을 쓴다고? 에이, 말도 안 돼...

by 기운찬

글이란 걸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글을 매일 쓴다는 건 3개월 전 내게는 불가능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독서 모임을 꾸준히 나가고 1주일에 한 번씩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손톱만 한 자신감이 붙었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사실 일기나 강의 요약 같은 것은 꾸준히 써왔다. 하지만 이런 글들은 남에게 보여주기엔 두서가 없고 민망함이 잔뜩 묻은 터라 섣불리 공개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독서 모임 카페를 염탐하다가 다른 조에서 조만간 글쓰기 모임을 만든다는 댓글을 보았다. 내심 부러웠다. 나도 저런 모임에 낀다면 어떤 느낌일까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기회가 내게도 주어졌다. 내가 신뢰하는 분이 그 모임을 소개해준 것이다. 나는 잽싸게 신청을 했고 그렇게 '매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30일이 흐르고, 오늘까지 난 단 하루도 밀리지 않은 채 30여 편의 글을 써냈다.


30여 편의 글을 쓴 나는 30일 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글을 쓰는데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졌고, 이에 용기를 얻어 '기운찬 30일 드로잉'이라는 30일간 그림 그리기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현재 16일 차다) 글이든 그림이든 아직 어설픈 초짜지만 내가 만든 작품을 '나만 보기'에서 '함께 보기'로 조금씩 옮기고 있다.

내가 쓴 건데, 함께 보지 않으련..?


가치를 키우고, 가치를 나눈다


나에게는 비전이 있다. '가치를 키우고, 가치를 나누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눠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성장과 나눔을 동시에 하는 것, 이기심과 이타심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다. 나는 글과 그림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나는 '난 아직 실력이 없어', '이런 걸 남에게 보여줄 순 없어', '내 부족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날 비웃을 거야' 같은 어쭙잖은 생각을 했었다. 아무도 모르게 실력을 키운답시고 혼자 방에서 끙끙대곤 했다. 그 순간만큼 지루하고, 하기 싫고, 괴로웠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게 정답인 줄 알았다. 마치 정답이 깊은 늪 안에 있는 듯했다.


chloe-lam-I4ScSrKsfIg-unsplash.jpg 정답아... 어디 있니...?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니 내가 해온 것들이 정답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애초에 정답은 없었다. 단지 내 개개인성에 어울리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효율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보여 주기' 다. 그 무엇이든 보여주지 않으면 타인과 나눌 수 없다. 내가 가진 가치가 작든 크든 상관없이 타인과 나누면 그 가치는 배가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한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1에서 0으로 점차 가라앉는다. 이 사실을 안 이상 타인에게 내 글과 그림을 보여주지 않을 수가 없다. 당연히 자신은 없다. 매번 업로드할 때마다 두근두근 떨린다. 솔직히 지우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매일 글쓰기'라는 환경 설정이 있었기에,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더 많은 가치를 얻고 나눌 수 있었다.


다음 글쓰기 모임도 신청했다. 이번에는 '브런치 매거진'이나 '브런치 북'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글을 연재해보려 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한 번 더 성장하고 싶다. 사치를 경험하면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던가. 성장이라는 사치를 경험한 이상 그 전과 같은 삶은 더 이상 살 수 없다. 버스는 이미 떠났다. '매일 글 쓰는 사람들이 탄 버스'의 종점이 어디인지, 어디 한번 끝까지 달려보자!

juan-encalada-6mcVaoGNz1w-unsplash.jpg 기사님, 근데 어디까지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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