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한은 날 조급하게 만든다. 제출은 꾸역꾸역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지치고 힘들다. 게다가 그 결과의 질도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반복되면 좋아하던 일도 정이 떨어진다. 아무리 마감효과가 좋다지만 이처럼 부작용이 있다. 그렇다면 마감시한을 정해두지 않으면 어떨까? 정해진 끝이 없으면 아예 시도조차 안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정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최악이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문제는 조급함... 조급함을 없애기 위해선 첫 번째, 마감시한을 갖추되 결과물에 연연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이는 또 2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지금까지 한 것 그대로 올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촉박한 시간을 감안하여 작업 과정에 힘을 빼는 것이다. 나는 보통 후자를 선택한다. 그래도 완성은 해야 결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마감시한이 무색하게 미리미리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나는 대학 과제를 미리미리 해두는 편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항상 높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과제를 받은 첫날에는 마음 편하게 대충대충 기본 골격을 만든다. 그리고 마감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살을 붙이고 질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는 조급함보단 여유와 만족이 넘친다.
하지만 미리미리 하는 것만큼 어려운 습관은 없는 것 같다. 아니 이게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건가 싶다. 모든 일이 비슷비슷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조건에 따라 달라지니 모든 걸 미리미리 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의 나도 예전의 나에 비하면 '미리미리'랑은 거리가 멀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비교해보면 요즘엔 너무 하는 게 많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것은 힘을 빼야 하고, 어떤 것을 미리미리 할 수 있는지 헷갈린다. 매일매일 무거운 짐을 짊어진 느낌이다. 계속 짊어진다면 두 다리는 강해지겠지만 허리는 박살날 수도 있다. 몇 개는 좀 내려놓아야겠다. 그래야 조급해하지 않고 무엇이든 즐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