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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by 기운찬

포기는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는 걸 뜻한다. 우리는 보통 그만두는 걸 부정적으로 보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포기라는 뉘앙스가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과연 이것이 진실일까. 곰곰이 들여다보니 무언가를 그만두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포기는 단순히 선택이다. 이걸 하지 않겠다는 선택. 만약 포기가 나를 괴롭히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라면, 포기야 말로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포기가 마치 잘못인 것처럼, 포기한 사람을 무능력하고, 모자라고, 도망치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린다.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일까?


이제 나는 포기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모든 건 선택이고, 매 순간이 갈림길일 뿐이다. 가던 길로 계속 갈래? 아니면 이번엔 다른 길로 갈래? 그때그때 선택일 뿐이다.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선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질리면 언젠가 다시 출발할 테니.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한 가지뿐이다. 그건 바로, 포기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소문내는 것. 이런 소문은 퍼지고 퍼져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포기를 하면 안 된다고, 포기를 했으니 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강박이, 포기하는 사람들에게는 무기력이 학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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