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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운찬 Aug 28. 2019

건강하게 인맥 다이어트 하기

데이비드 버커스의 [친구의 친구]를 읽고

한창 '인맥 다이어트'라는 말이 유행했을 때였다. 핸드폰을 바꾸는 김에 연락처를 정리한 적이 있었다. 카카오톡의 경우 주로 연락하는 사람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숨김 처리를 해놓았다. 더 이상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과 자주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의 연락처는 모두 지웠다. 주소록이 깔끔해지니 보기 좋았다. '가볍고 넓은 인맥보다 진정한 친구 몇 명이 낫다'라는 말은 이런 내 행동을 정당화시켜주었다.


한때 나는 연락처가 많았다. 학과 임원이었기 때문에 학과 모든 학생의 연락처는 물론 조교와 교수님의 연락처도 전부 알고 있었고, 여러 알바와 근로를 하며 알게 된 동료들의 연락처도 상당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내 주소록에서 삭제되었다. 과연 나의 인맥 다이어트가 좋은 결정이었을까? 나는 인맥 다이어트를 통해 내게 더 집중하고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성취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sns는 시간낭비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놓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약한 유대관계의 힘'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장 큰 기회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제일 좋은 경로는 '약한 유대' 또는 '휴면 상태의 유대'라고 부르는 관계라고 한다.
[친구의 친구] p26


약한 유대관계란 서로 거의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사이를 말한다. 그와 대비되는 강한 유대관계는 정기적으로 만나는 관계, 즉 친한 친구나 동료들을 말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익숙하고 편안한 강한 유대관계로부터 조언을 찾는다. 그런데 왜 강한 유대관계보다 약한 유대관계로부터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일까? 강한 유대관계는 대부 이미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니 한 사람이 알고 있는 정보는 집단 내 모든 사람에게 알려져 있기 마련이다. 그에 반해 약한 유대관계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른 정보를 얻는다. 그 결과 내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강한 유대관계보다 높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약한 유대관계 중에서도 더 도움이 되는 관계가 있다. 바로 '휴면 유대관계'다. 휴면 유대관계란 과거에는 강했으나 현재는 약해진 유대관계로 현재의 강한 유대관계만큼이나 나를 돕고자 하는 선의가 강한 관계를 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면 상태의 유대관계가 자신에게 더 가치 있는 혜택을 줌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도움이 크게 되지 않는 강한 유대관계에 의지하거나 약한 유대관계를 건너뛰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으려 한다. 하지만 연구결과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 전에 휴면 상태의 인맥을 고려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오래된 인연을 재활성화하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내 인맥 다이어트에는 '약한 유대관계'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그저 연락처를 지운 것에 불과했다. (덕분에 몇몇 연락처는 다시 복구하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맥 다이어트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나는 그럼에도 인맥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이어트에도 건강하고 올바른 방법이 있듯이 인맥 다이어트에도 건강하고 올바른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책을 쥐어짜 건강쥬스 만드는 중!


나는 책 [친구의 친구]를 통해 건강한 인맥 다이어트에 대한 힌트를 발견했고 그중에 두 가지를 말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다면적 관계에서 기회를 찾아라'이다. 다면적 관계란 한 명의 지인을 하나의 카테고리가 아닌 복잡 관계로서 맺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예를 들면 한 명의 지인이 개인적 친분관계와 사업관계를 동시에 갖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다면적 관계는 감정 소진을 초래하는 단점이 있지만, 친구이자 동료가 가져다주는 긍정적 이득은 그로 인한 부정적 측면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 이유는 다면적 관계가 신뢰를 극적으로 강화시키고 아이디어를 더 잘 검증하며, 더 많은 조언과 비판적 사고로 다양한 정보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면적 관계는 새로운 인맥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인맥 벌크'가 아니라 기존의 인맥을 질적으로 향상하는 '인맥 다이어트'로서 올바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호모필리(동류 선호 성향)의 유혹을 뿌리쳐라'이다. 흔히 우리는 '유유상종'이나 '끼리끼리 모인다' 같은 표현을 듣는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같은 성향에 끌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호모필리가 얼마나 당혹스러운 문제를 일으키는지 말해준다. 우리가 만약 유사한 목소리, 의견, 성향을 가진 네트워크에 지속적으로 머무른다면 또는 그런 네트워크만을 찾아 관계를 늘린다면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유사한 네트워크 안에서는 정확한 상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의견, 새로운 성향을 찾는 것이 어렵거나 또는 방해받기 때문이다.


'유사성의 강한 물결'을 거스르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물결을 거슬러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어마어마하다.
[친구의 친구] p267


물론 호모필리는 우리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나 판단을 내려야 할 때에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편협하게 만든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재앙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슷한 성향의 네트워크를 늘리거나 고집하기보다는 일정 거리를 두고 대안적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는 내 인맥 네트워크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진 속 아이처럼 순수했던 그 친구...

어릴 적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중학생이 되어 서로 다른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그 친구가 술 담배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 타인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친구를 통해 크고 작은 영향을 받는다. 스스로 그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말이다.


연구자들은 '당신의 친구'가 흡연자인 경우 당신이 흡연자일 가능성은 61% 더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만약 '당신의 친구의 친구'가 흡연자라면 당신이 담배를 피울 확률은 29% 더 높고, '당신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흡연자일 때는 당신이 흡연자일 가능성이 11%다.
[친구의 친구] p325


연구자들은 이러한 효과가 기분과 정신 건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즉, 우리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선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보다 행복한 친구들을 가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네트워크를 신중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인맥 다이어트는 친구가, 그리고 친구의 친구가 누구인지 우리에게 인식시켜 줌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 #친구의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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