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딱 보이는데, 전혀 안 하거나 늑장을 부리는 상대를 보면 재촉을 하게 된다. 가령 과외 학생에게 매일 있었던 일을 기록하라고 하면 다음 주에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은 노트를 가져온다. (아니면 노트를 집에 두고 오거나!!) 그럴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약간의 짜증이 나기도 한다. '아니 그냥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하면 되잖아 도대체 왜 안 하는 거니!?' 예전에는 이렇게 재촉했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는 내가 보는 걸 못 보고 있을 뿐이니까. 혹은 내겐 쉬운 일이 상대에겐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과제를 안 해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상대가 못 보고 있다면 확신을 주는 게 나의 일이고, 어렵다면 쉽게 만들어 주는 게 나의 일이다. 결국 사람은 보여야 확신이 들고, 쉬워야 행동에 옮기며, 만족해야 꾸준히 한다. 이 사실을 알기에 재촉하지 않는다. 재촉은 상대에게 확신도 주지 못하고, 쉽게 만들어 주지도 못하며, 만족은 커녕 불만과 불신만 피어오른다. 그러니 재촉하지 말자. 재촉할수록 우리는 원하는 걸 얻지 못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