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강점은 호기심이다. 나는 남들보다 호기심이 많다. '저건 뭐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는 어떤 원리가 숨겨져 있지?', '이것의 의도는 무엇일까?' 같은 호기심 말이다. 물론 모든 것에 호기심이 있는 건 아니다. 그때그때 내가 보고 듣고 접하는 것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본다.
이러한 호기심은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지도를 그려나가는 것과 같다. 내가 호기심을 갖고 가는 곳곳마다 지도에는 다양한 표상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런 표상들은 내 삶에 있어서 하나의 든든한 이정표가 된다. 이정표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만약 잘못된 길에 들어서더라도 다시 돌아가 '이곳에 가지 마시오'같은 이정표를 세워둘 수도 있다.
호기심이 많다는 건 그만큼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금방 쉽게 질리고 다른 것에 관심을 갖곤 했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은 내게 족쇄처럼 느껴졌다. 주변에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한 가지 일로 끝을 봐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난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정말 꾸준히 해야하는 건 따로 있다. 하지만 난 그것이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그들의 말을 듣지 않기로 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내 삶은 목줄이 채워진 채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만 지내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내가 가진 호기심을 사랑한다면 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한 우물만 파지 않아서 마실 물이 좀 부족하면 어떠한가? 지도를 그리며 여행을 하다 보면 우물보다 훨씬 더 큰 호수를 만나 시원한 물을 실컷 마실 수 있는 것을, 그리고 또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면 그만이다. 우리가 삶을 왔다 가듯이 말이다.
내 안에 있는 호기심은 엄연히 나의 개개인성이다. 이를 억제하고, 참고,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살려고 부단히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호기심은 더 커져만 갔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아무래도 호기심을 마음껏 발휘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내 삶이 하나의 큰 지도라면, 난 이 지도를 나만의 표상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곳을 찾아 나서야 한다. 삶을 탐험하는 모험가가 되어 내가 겪은 모험담을 사람들과 나누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