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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May 22. 2016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성찰하라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ᆞ김희정 옮김


책 표지의 나뭇잎이 눈에 들어온다.

헬렌 니어링 책 속에 인용된 시 구절이 떠오른다.


 나무에 마지막 잎들로
 내가 살아 있어야 한다면
 봄날에
 웃음짓게 해주십시오.
 내가 매달려 있는
 오래되고 버려진 가지 위에서.
 내가 지금 그러듯이.
              ㅡ올리버 웬델 홈스의 '마지막 잎'中


삶에서 죽음이 가까워짐을 느끼면서 죽음에 대해 진지하고 담담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 계기가 있다. 하지만 그 얘기는 평생 풀어내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죽음의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도 담담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아툴 가완디는 의사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기 환자들의 죽음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겪으며 느낀 바를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성찰한다.

더불어 요양원의 현실과 호스피스 케어로 맞이하는 임종, 의학적인 치료로 삶을 연명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존엄사'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심각한 질병이나 노환이 덮쳐오는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라면..이것도 역시 생각해 봐야 하고 죽음에 대한 준비와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나에게 또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족에게 죽음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인생의 책이자 끊임없이 놓지 않는 질문을 담고 있는 유시민 작가님의  《어떻게 살 것인가》가 떠오른다.

정반대의 제목 같으면서  삶과 죽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리고 내 남은 삶의 지표가 되어주는 또 한 권의 책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황혼과 저녁별'이라는 마지막 에서 스코트 니어링의 죽음에 대한 시각과 자연스러운 죽음에 대한 지침, 아름답고 편안한 임종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저자가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과 흡사한 부분이 있다.


책 속 메모


1장 독립적인 삶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목표가 독립이라면, 그걸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2장 무너짐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몸의 쇠락은 넝쿨이 자라는 것처럼 진행된다. 하루하루 지내면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대로 적응해 가며 산다. 그러다가 뭔가 일이 벌어지면 모든 게 예전같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3장 의존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다


어느 요양원에서든 노인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고사하고, 그들 옆에 앉아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묻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4장 도움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도 저물어 가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곁에 있는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 있게, 그리고 그저 수수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5장 더 나은 삶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더 바라지도, 권력을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 직접 선택을 하고, 자신의 우선 순위에 따라 다른 사람이나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6장 내려놓기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심신의 능력이 쇠약해져 가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면 종종 순수한 의학적 충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너무 깊이 개입해서 손보고, 고치고, 제어하려는 욕구를 참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내려놔도 괜찮아.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돼. 금방 다시 만나자.

7장 어려운 대화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그날 나는 내 평생 가장 어려운 질문들을 아버지에게 던졌다. 커다란 두려움을 안고 하나하나 물었던 기억이 난다. 무엇을 두려워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분노, 혹은 우울, 아니면 그런 질문을 함으로써 뭔가 그분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안도감이 들었고 뭔가 명확해졌다는 걸 느꼈다.


8장 용기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어려운 때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행동할 여지가 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범위가 점점 더 좁아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죽는 자의 역할'

사람들은 추억을 나누고, 애정이 담긴 물건과 지혜를 물려주고, 관계를 회복하고,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고, 신과 화해하고, 남겨질 사람들이 괜찮으리라는 걸 확실히 해두고 싶어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치고 싶은 것이다.


"무슨 생각 하세요?"내가 물었다.

"죽기까지의 과정을 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생각 중이다. 이거, 이 음식이 그걸 길어지게 만들고 있어."

아버지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는 기다렸다.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날이 밝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일까.

다만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죽는 그 날까지

내 삶의 흔적을 더 많이 기록해 놓을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되내인다.


모든 것은 덧없으며, 사라진다. 내일도 그 자리에서 언덕 뒤로 지는 해를 보고, 이른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깊은 밤 하늘의 깊은 침묵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그럴 수 없다면, 지금 그것을 깊이 맛보도록 하자.
그것을 우리의 존재 안으로 끌어들여 잘 맛보고 소화하도록 하자.
       ㅡ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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