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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May 23. 2016

《방구석 라디오》

아버지를 떠올리다

《방구석 라디오》  모자

정감가는 제목에 밤에 읽기 딱 좋을 거 같은 표지의 일러스트 그림.

책날개의 저자 소개.

독특한 필명 모자.

모자를 좋아해서, 모자라서 그렇다고.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소박하다.

일기장이라는 제목의 서문부터 와닿는다.

'잊고 지낸 추억들, 마음의 조각들'을 떠올린다.


방구석에서 먼지가 쌓여있는 아버지의 일기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나이를 먹고 읽은 아버지의 일기에는 아버지의 고민과 슬픔, 삶의 어려움 같은 것이 잔뜩 묻어 있었고, ..아버지가 주인공인 아버지의 일기는 너무 외롭고 힘들어 보였다.

사는 것은 외롭고 힘들다. 그래도 또 살아야 한다. 아버지의 일기장이 그런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고된 일 마치고 집에 오면 라디오에 마이크 꽂고

'당신은 제비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가졌나 다시 오지 않는 님이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이라는 노래를 애처롭게 흥얼거리던 아버지의 노랫소리가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내귓가에 생생하게 들린다.


아버지를 미워했다.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당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한 거라 생각하고 아버지에게서 등을 돌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항상 아빠의 말에 툴툴대면서 응했던 나인데,그럴 때마다 아빠는 그저 싱겁다는 듯이 '에이 가시내'라고 한마디 할 뿐이었다.

아빠의 유일한 꿈은 내가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정교사가 되길 바라는 거였는데, 그 꿈하나 온전히 지키지도 못했으면서 아빠가 너무나도 미워 부녀지간의 정을 끊으려 했고, 그냥 조용히 저 세상에 갔으면 하고 바랄때도 있었던 못된 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점점 아버지에 대한 미움의 크기가 사그라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 당신의 힘겹고 고된 짐을 덜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아버지 당신은 제가 언제고 당신을 찾아가기만 한다면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리라는 것을 압니다.

그런 당신의 바보같은 모습에 전 겉으로는 또 매정하게 대하겠지만 속으로는 몹시 울겠죠.

내 결혼식날 아빠의 정말 몇십년만에 입은 양복입은 모습에, 초라하고 안쓰러운 당신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했던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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