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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May 27. 2016

《마흔의 서재》

삶을 이어가게 하는 책읽기

《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내가 닮고싶은 작가님 중 한 분인

다독가 장석주 작가님.

인상깊게 읽은 두 책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를 읽으면서 밑줄 긋고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구절이 무수히 많았다.


 날개 안쪽에 적힌 장석주 작가님의 익숙한 프로필을 읽어 본다.


시인, 에세이스트, 문장노동자. 그는 읽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읽고, 읽을 수 없는 것들마저  읽으려고 드는 사람이자, 드물게도 읽고 쓰는 일에 모든 것을 건 사람이다.


이 책 《마흔의 서재》도 읽으면서 밑줄 긋고 메모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특히 와닿는 '문장노동자'라는 표현은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하는 작가님에 너무나도 걸맞는 말이다.


제목 《마흔..의 서재》


찾아보니 제목에 나이나 연령층이 들어가 있는 책이 은근히 많다.

10대, 20대, 30대..혹은 스물, 스물 아홉, 서른 등..

제목에 나이가 들어가 있는 책은 애써 외면해 왔다. 물론 그 연령층에 맞는 책을 찾는 경우 유용하겠지만, 왠지 연령층을 한정짓는 거 같고 내가 속해있는 나이대를 생각해보고 또 그 연령대에 맞나 안맞나를 재보는 게 싫어서였던 거 같다.


'마흔'이 들어가는 책들도 많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  <마흔에 읽는 시>, <마흔 고전에 인생을 묻다> 등등


제목들을 보니 인생에서 마흔이라는 시간은 깊이를 더해야 할 나이인가보다.

 

마흔은 인생의 오후,
빛은 따뜻하고 그림자 길어져
걸음을 느리게 잡아당기면
곧 펼쳐질 금빛 석양을 기대하며
잠시 쉬어가도 좋은
시간.

아침부터 수고한
마음을 도닥거리고 어루만지며
남은 시간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평온하고 지혜롭게 사유하라.
그런 이에게 오후는
길고, 충만하다.

            ㅡ1장 마흔이라는 인생의 한 페이지 中


나에게도 마흔..의 나이가 오는구나.

어느새 일 년도 안 남았다.

그런데 마흔..이라는 숫자는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나이 한 살 두 살 먹어가는 거에 무덤덤해진 게 언제부터였더라.

서른 살 넘어가면서부터 였을까.

아이를 낳고부터 였을까.

그 일을 겪고나부터 였을까.


마흔의 나이는 불혹의 나이, 즉 미혹이 없음 흔들림이 없다는 뜻이라지만 난 아직 미혹의 상태이다.

철이 나지 않은 소녀..여전히 흔들린다.


작가는 이 책 《마흔의 서재》 앞 장에서 삶을 통찰하는 지혜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흔..이 넘어서면 달라질까.

어린 나이에는 이 나이 때까지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도 안해봤다.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남아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을.


늦지 않았다,
초조해하지 마라.
삶은 계속되고
아직 꿈꿀 시간은 많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마흔의 서재》 속 인용된 책들이 장석주 작가님의 사색의 깊이를 보여준다.

<논어>, <장자>,<맹자>부터 내 인생의 책들이기도 한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정민교수님의 <일침> 등 총 85권의 책들.


하루를 끝내고
수고로운 발을 씻은 후
낮은 책상머리에 앉은 저물녘,
시간의 갈림길에서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다른 무엇 아닌
책.

책이다. 책이 있어서
마흔의 긴 밤은 두렵지 않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하고
현재의 나를 단속하며
내일의 나를 앞당겨보게 하는, 책
책이 편안한 친구이다.

                ㅡ2장 삶의 갈림길마다 책이 있다 中

 

책 속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읽어야 할 새로운 책 앞에서 흥분되어 가슴이 뛴다. 책읽기는 나날이 내 안에서 이루어지는 '혁명'이기 때문이다.'


책은 순간을 아름답게 한다
일상을 순간으로 쪼개어 책을 수유하면
순간의 페이지가 만들어진다
어느 날 한꺼번에 늙어버리기 전에
매 순간 순간의 페이지를 펼쳐라


이전과는 다른 생이 기다린다 .
삶에 취하라, 흠뻑!
마흔 즈음이 되면 술의 맛은
인생의 굴곡만큼의 밀도를 갖는다
취기의 긍정적 에너지를 안다

치인 만큼 입에 착 감기고,
아픈 만큼 마음에 슥 풀어지는 것
이제 마흔은 인생에도 취할 수 있다


마흔..마음..이제 조금 친근해진다.

내 마흔은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지게 될까.


남한테 잘보이기 보다 남들 눈에 띄기보다

조용한 소란스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매일 한 줌의 희망이
아침이라는 이름을 달고 온다.
소탈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라.
이 하루가 쌓여
마흔의 남은 인생 절반의
길,

길이 되기를.
오후부터 깊어진 사유와, 책의 말과,
꿈들이 모여
이 넉넉한 하루를 빚어낼 것이다.
다시 몸이 풀린다.
다시 제대로 살 시간이다.


다시, 살아야겠다.
마흔을 사랑하라.
간절하게 갈망할 것,
자유로울 것,
사람을 사랑하며 살 것.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첫 번째 날이다.
오늘을 뜨겁게 끌어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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