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친정엄마랑 단둘의 1박 여행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이랑 늘 셋이 다녔는데 엄마랑 둘만의 데이트가.
우선 영화 곡성(哭聲)을 봤다.
수많은 리뷰글이 있지만 제일 처음 인상깊게 읽은 건 이수용작가님이 쓰신 곡성군수 관련글이었다.
그리고 영화 내용과 관련된 글들은
일부러 영화를 다 보고 난 오늘에서야 찾아봤다.
무지의 상태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어떤 반전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 채
순수하게 영화에 빠져들어
꺅 소리를 몇번이나 내질렀는지 모른다.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훌륭하게 분석해주신 글들은 많으므로
나는 그냥 딱 두 문구와 관련하여 말하고 싶다.
난 미끼를 물었고,
'현혹되지 말라'
했거늘
나도 현혹되었다.
아니 현혹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같은 상황에서 대체 누구를 믿어야하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한단 말인가.
제대로 판단치 못하는 나역시 나약한 인간일 뿐인 것일까.
의심은 끝없는 의심을 낳고 결국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된다.
영화 상영 시간이 꽤 길었다.
보고 나오니 오후 5시.
그리고 달렸다.
서울에서 전라남도 목포까지.
고속도로 달리는 와중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여러번 켜져
휴게소를 무려 세 번이나 들러
바람을 넣고 또 넣고..
불안불안한 와중에 목포에 도착한 시간
밤 11시.
일단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였다.
엄마가 말했다.
우리 꼭 여행을 통해 모녀지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모 채널의 리얼극장 같다고..
하지만 우리는 특별한 다툼없이 마음이 맞아 떠난 여행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회복' 이 아닌 '돈독' 의 여행이다.
한참 얘기 나누다가 엄마는 고단하셨는지 시원스럽게 코를 골며 주무신다.
내일 아침 일찍 엄마가 가보고 싶으시다던 섬 '달리도'를 갔다가 곡성(谷城)에 간다.
사실 영화 哭聲을 보고 谷城에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고 오고 싶었는데
곡성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소식 때문에 조심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운명이란 대체 어떻게 정해진 걸까.
영화 哭聲은 谷城과 무관하다 하지만
谷城에서는 哭聲이 들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