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보다

ㅡ 그 소녀는 어떤 꿈을 이루었을까

by 책사이

제자들 편지를 꺼내보다


귀엽고 다정한 아이들의 글씨체.

그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또박또박 바르고 단정한 글씨체의 편지에 시선이 머무른다.

거의 10여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기억속에 또렷이 자리잡고 있는 한 여고생의 모습을 떠올리며 편지를 읽어내려간다.



유치원 때는 세상에서 제가 제일 예쁜 줄 알고 미스코리아가 되고 싶었고 초등학교 때는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연예인이 되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는 엄마랑 진로 때문에 싸우기 싫어서 중학교 교사가 되고 싶었고 지금은 다른 사람의 머리와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드라마PD의 길을 걸으려 해요.

사실 무슨 분야의 연출가가 될까 생각한 것도 최근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문학이 좋았어요. 그때는 작가들이 예쁘고 반짝반짝한 글을 담는 게 멋있어보였어요.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아요.

글이란 게 쓸수록 내 안의 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잖아요. 내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내게도 이런 열정이 있구나 하고요.

전 그래서 글이 좋아요. 제 맘 속에 있던 말라비틀어진 선인장을 살려내고 무럭무럭 길러내고 꽃봉오리를 틔우게 하는...그런 느낌이에요.

지금까지 제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노력했으니 상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노력하는 일만 남았네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격려를 해주시니 힘이 불끈불끈 나는게 저도 선생님께 큰 힘을 드리고 싶은데 마땅히 해드릴 것이 없어서 응원을 보내요.

선생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교사는 긴 시간을 두고 기다릴 때 열매를 거둘 수 있잖아요. 지금은 친구들이 말을 안듣는 것 같아도 열매가 무르익으면 선생님을 떠올릴거라 생각해요.

지금도 선생님 수업시간을 기다리고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그러니 힘들다거나 지친다고 생각하지 마셔요.

선생님의 열정은 아름다워보여요. 정말이요.


추신 : 제가 지금은 학업에 충실하고 싶어서 글을 접어두었지만 나중에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면 보여드리고 싶네요.


2007. 8. 28 12:08

매미의 장례식이 이어지고 있는 여름날

이 ㅇㅇ


열정만 가득했던 지난 날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나를 다독여주었던 제자.

그 당시의 내 나이를 향해 가고 있을 그 소녀는 지금 무엇이 되어 있을까..

녀의 어떤 꿈이 이루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소설을 쓰고 있고 계속 쓰고 싶다는 그 소녀의 바람에서,

'내 맘 속에 있는 말라비틀어진 선인장을 살려내고 꽃봉오리를 틔우게 하는' 글 쓰기가 좋다는 그 소녀의 표현에서,

그리고 나중에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면 보여주고 싶다는 그 소녀의 추신에서,

그녀 역시 '글'만은 놓고 있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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