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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Aug 17. 2016

산과 바다를 잇는 '남해 여행'

- 독일마을, 상주 은모래비치, 다랭이 마을 그리고..자연

남해 상주은모래비치

일부러 성수기를 조금 피해 큰 맘 먹고 남해로 떠나다.

조금 더 먼 제주도는 비행기로 금방 갔는데 남해는 차로 한참 가야하니 아이는 가는 동안 자꾸만 투정을 부린다.

새벽에 출발해서 잠이 부족할 텐데도 한숨도 안자고 말똥말똥한 아들.


"엄마, 왜 이렇게 멀어?"


"먼 만큼 더 멋진 곳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설레는 말로 달래도 보고 휴게소에서 주전부리도 사주고 


차가 다행히 안 막혀서 휴게소 두 곳 들르고 네 시간 여만에 도착한 남해

태극기 휘날리는 남해대교를 건너

보물섬 남해 여행의 시작을 알려주는 환영 인사를 지나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남해의 첫풍경.

하늘은 흐릿하지만 폭염이 절정이었던 날.

산과 바다와 나무가 이어지는 확 트인 경치에 눈과 마음은 더위를 잠시 잊고 그저 바라보고 느껴본다.


봄이면 유채꽃과 벚꽃이 장관이라는 남해 서면 예계마을 입구를 지나 또다시 펼쳐지는 산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

남해의 해안선 옆 산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만나는 흔한 풍경이지만 전혀 식상하지 않은 자연의 모습에 마음은 한없이 평온해진다.


남해 바다 끝 언덕에 위치한 인갤러리 펜션에 도착


2층에서 바라보는 바다 전경.

저 멀리 여수항이 있어서인지 크고 작은 배가 끊임없이 오고 간다.


어두운 구름이 뜨거운 태양빛을 몰아가는 듯 하나 불볕더위는 사그라들 줄 모르고


짐도 채 풀기 전에 아이와 함께 펜션 내 수영장에 풍덩.

한가로이 열기를 식혀본다.

1시간 넘게 물놀이를 하고 몹시 출출해진 나머지

저녁까지 못기다리고 구워버린 고기.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와 푸짐하게 폭풍흡입한 우리 가족.


펜션 앞 바다에 내려가 밀물 때문에 얼마 안남은 바위에 앉아 바위 모퉁이 가득 붙은 다슬기를 구경하고


펜션으로 올라와 다시 스파 물놀이에 신난 아이.


해는 바다 위 기다랗게 노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이내 어두워지건만 물 속에서 나올 줄 모르는 아이.


불빛들이 아니면 구분이 불가능한 깜깜한 하늘과 바다.


다음 날, 다시 만끽하는 자연의 향기


그리고 독일마을

너무나 가난했던 1960~70년도 우리나라.

가족 부양을 위해 머나먼 독일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떠났던 젊은이들..


독일교포들의 정착과 남해의 관광개발을 위해 마련된 독일마을.

 독일마을은 독일에서 직접 건축부재를 수입하여 전통적인 독일 양식의 주택을 건립한 것으 유명하다고 한다.


불볕더위에 지쳐 찾아들어간 독일마을 내  '쿤스트라운지'카페


빨간 폭신이 소파
카페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

주문한 마이셀바이스 생맥주와 레몬에이드

그리고 떠먹는 크림고구마피자.


식사를 마치고 다시 내려다 본 남해의 경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어 잠시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고마운 바람, 고마운 자연.


해변 가는 길에 잠시 들른 남해 해오름 예술촌.

이 곳 또한 바로 앞이 바다다.


설리 해변
송정 솔바람 해변
상주 은모래비치 해변

멀리서 보면 같은 듯, 가까이 가면 다른 모습의

세 해변.

그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상주 은모래비치.

제주만큼의 물빛깔은 아니지만 모래도 보드랍고 물도 따뜻하고 이쁜 조개껍데기와 모래색의 쌀알 크기만한 게들이 가득한 해변.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가천 다랭이마을.

'다랭이'는 작은 계단식 논을 뜻하는데,

다랭이 마을은 산비탈을 깎고 석축을 쌓아

논을 일구어 낸 선조들의 농토에 대한 집념과 지혜가 담겨있는 마을이다.


차는 산 위에 주차하고 경사를 한참 신나게 걸어 내려가다보면,

이렇게 푸른 바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바다 앞 다리까지 가 본다.

이름은 '출렁다리'이나 출렁이진 않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가슴이 좀 철렁한 다리다.


옆 길 더 아래쪽엔 구름다리도 있다.


다시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

내려갈 땐 몰랐다.

경사가 이리 가파르고 한참 올라가야 될 줄은..

내려갈 때 등졌던 작열하는 태양을 마주하고

땀범벅이 되어 모처럼 기진맥진 걸었다.

눈호강 실컷 했으니 몸으로 보답하는 수밖에.


날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이름도 예쁜 빛담촌길에 위치한 또 다른 펜션에서의 1박.

이번 남해 여행에서는 어디서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권리를 마음껏 누려본다.


하루가 아쉬운 밤이 찾아왔다.

저 멀리 온 세상을 내려다보고 비춰주는 보름달을 앞에 두고,

단지 자신의 주변만 환하게 해줄 거면서 그보다 더 밝은 빛을 뽐내고자 하는 인간 세상의 조명 둘.


오늘 밤도 다른 편 하늘은 바다와의 경계를 가늠할 수 없지만..


온통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는 복잡한 상념도 잠시 뿐이다.


이번 여행은 눈으로 보는 만큼 고마운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보려 노력했다.


이렇게 하나하나의 사진이 추억이 되고 기억이 되는 거겠지.


내일은 몽돌해변을 거쳐 남해의 별미인 멸치쌈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최갑수작가님의 에세이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속 표현처럼 '파도에 몽돌이 구르는 소리' 혹은 '파도가 몽돌 사이를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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