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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Aug 18. 2016

남해 몽돌 해변과 보리암

- 백문이불여일견


남해 남면 빛담촌길에 위치한 펜션에서 나오는 길에 맞이한 아침 첫풍경.

저 멀리까지 맞닿아 있는 산과 바다.



몽돌 해변 입구의 푯말

출발한지 몇 분 안되어 도착한 몽돌 해변.


"흔한 몽돌이지만 저에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저를 데려가지 마세요"


귀여우면서도 간절함이 담긴 푯말의 문구.

직접 가보니 사람들이 몽돌을 탐낼 만 한 거 같다.

그런데 몽돌은 하나보다 다같이 모여있을 때 빛을 발한다.


해변을 걸을 때 자그락자그락 돌들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어찌나 경쾌하게 들리던지..!

모래가 아닌 돌로 가득한 해안가를 걷다 보면

내가 듣고자 했던 그 소리가 정말 들린다.


그리고,

쏴~또르륵

파도가 밀려왔다 돌 틈사이로 빠져나가는 소리는 모래해변에서 듣지 못하는 신선한 소리다.


매미 소리와 화음을 이루는 몽돌 해변의 파도 소리

'몽돌'은 이름에서 풍기는 둥글둥글한 느낌처럼 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을 뜻한다.

돌 위에 물결을 이루는 투명한 햇살
몽돌에 꼭 붙어있던 다슬기

물 속 몽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마다 힘껏 붙어있는 다슬기들도 볼 수 있다.


물에 젖은 돌, 햇볕에 바짝 마른 돌


쑥개떡처럼 생긴 돌, 달걀처럼 생긴 돌


모두모두 둥글둥글 맨들맨들


바라보는 내 마음도 모날 수가 없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금산 보리암.

보리암 가는 길에 만난 다랭이논과 바다 풍경
금산 보리암 '해수관음보살'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3대 기도처로 꼽히는 금산 보리암.


금산의 원래 이름은 보광산으로,

신라 원효대사가 이 산에 보광사(普光寺)라는 절을 세웠다는데서 유래한다.


후에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면서

새 나라의 문이 열리면 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 주겠고 약속하여 이름에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 절 이름을 보리암으로 바꿨다고 한다.


보리암 제1주차장에 도착.

선불로 차비 5천원을 내고,

약 3km는 마을버스를 타고 산을 오른다.

요금은 아이나 어른이나 2천원씩.

버스에서 내리면 다시

보리암 입장료(어른 1천원 학생 무료)를 내고

약1km를 걸어올라간다.


푹푹 찌는 바깥 세상과는 달리

이 곳은 하늘까지 뒤덮은 울창한 나무와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그늘을 따라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무슨 소원들을 빌었을까.

돌틈 사이까지 채워진 크고 작은 무수한 돌탑들.

아이도 자그맣게 돌을 얹어본다.


아이는 발 밑에서 주운 초록빛의 도토리 삼형제도 소중하게 챙긴다.


하늘이 조금씩 많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무로 가득 가려졌던 왼쪽으로

신비로운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사진으로 보고 귀로 듣던 것 이상의 광경이다.

감탄스러운 해안선(상주해수욕장)과 산의 능선 모습에 처음으로 하늘이 조금만 더 맑았더라면 사진으로도 선명하게 담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애석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산이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것 같다.


보리암 올라가는 길의 기암절벽

조금만 수고로움을 보이면

더 멋진 풍경을 선사해주는 자연.


가을에 단풍 든 모습은 또 얼마나 멋질까.

마침내 금산 보리암 정상에 도착.


남해를 바라보는 위치에 자비롭게 서있는 해수관음보살.

그리고 땅에 서린 나쁜 기운을 누르기 위해 지은 삼층석탑은 수백년간 그 자리에서 보리암을 지켜왔다고 한다.


남해 금산에서 가장 높은 벼랑으로 금산의 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상사바위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고을에 외동딸을 가진 부자집에 돌쇠라는 하인이 있었다. 그는 주인의 딸을 몹시 사랑했지만 천한 신분에 마음만 태우다 그만 시름시름 앓다 죽고 말았다.

돌쇠는 죽어서 뱀이 되어 딸이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 딸의 몸을 친친 감고 풀어 주지 않았다. 주인은 어느 노인의 말을 듣고 금산에서 제일 높은 벼랑으로 딸을 데리고 가 굿을 하였다.

굿이 한창 절정에 이르렀을 때 딸의 몸을 칭칭 감고 있던 뱀이 서서히 풀어지면서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그 벼랑이 상사를 풀었다 하여 상사바위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여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 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ㅡ 이성복 시인의 詩  '남해금산'

애수의 눈으로 다시 내려다보게 되는 남해 금산.

언제 또 다시 이 곳을 찾을 수 있을까.


보리암을 끝으로 남해를 떠나 올라가는 길.

내 마음처럼 변화무쌍한 날씨.

갑작스럽게 비가 한바탕 퍼붓더니

어느새 그치고 멋진 구름 풍경으로

남해를 떠나는 아쉬운 내 마음을 포근히 감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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