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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Apr 07. 2016

다시 펼쳐 본 《자기 앞의 생》

生이 나를 짓밟더라도..

젊은 날 읽었으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다시 펼쳐 보고 싶은 고전들을 한 권씩 틈틈이  읽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와놓고 다른 책들에 치여 한쪽 구석에 쌓아놓은 책들 중 하나였던 <자기 앞의 생>.

내용에 앞서 인상 깊었던 로맹 가리의 유서라 할 수 있는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

로맹 가리와 그가 사랑한 여배우 진 세버그의 삶 그리고 사랑, 연이은 자살로 마감한 생..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자기앞의 생>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례가 없는 공쿠르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 로맹 가리.

그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읽기 시작하니 애착이 간다.


허를 찌르는 모모의 생각들


내 생각에는,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남의 일에 아랑곳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무엇보다 목숨을 소중히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볼 때 그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주 일찍부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능력이 떨어지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게 된다.


사람들은 항상 사람에게보다 개에게 더 친절한 탓에 사람이 고통없이 죽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수차례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노인들은 겉으로는 보잘것없이 초라해 보여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다.


사람이 무얼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 없어요.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처넣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연륜과 경험으로 모모에게 깨우침을 주는 하밀할아버지


너를 낳아준 사람이 있다는 유일한 증거는 자신뿐이란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모모 곁에서 생을 함께 한 로자아줌마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 거야. 미안하구나."


소설의 마지막 모모의 말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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